투병 중인 중국인 노동자에게 의료비와 주거비를 지원하고, 그가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킨 전북 군산지역 이웃들의 사연이 훈훈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한국에 입국해 군산의 건축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하던 고(故) 진모(55)씨는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하면서 집세와 공과금이 체납되는 등 극심한 생활고를 겪게 됐다.
진씨는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투병으로 쌓인 집세와 병원비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건강 악화와 생활고가 겹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결국 치료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절망에 빠진 진씨에게 희망의 손길을 내민 것은 동네 이웃들이었다.
올해 9월 사연을 우연히 전해 들은 군산시 해신동 햇빛교회 이영만 목사는 진씨를 돕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 목사는 먼저 밀린 집세와 의료비 500여만원을 진씨에게 건네고, 교회 사택에서 함께 지낼 것을 권했다.
이 목사의 보살핌 덕에 진씨는 차츰 건강을 회복했으며 생활도 시나브로 안정을 찾아갔다. 벼랑 끝에서 받은 도움의 손길 덕에 다시 일을 나갈 기운도 생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난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삶의 의욕을 다지던 진씨에게 '간경화'라는 시련이 다시 닥쳤다.
진씨는 결국 군산의료원에 입원하게 됐고, 또다시 병원비는 쌓여만 갔다. 의료보험이 없던 진씨의 의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나중에는 이 목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까지 커졌다.
군산의료원 공공보건의료협력팀은 진씨와 이 목사의 사연을 전해 듣고, 전북특별자치도 의료지원 사업 담당자와 논의해 치료비 등 1천400만원을 지원했다.
이웃들의 진씨에 대한 도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군산시 옥구읍의 행복한 노인요양병원에서는 진씨를 위해 병원비와 요양비 전액을 무상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보살핌 덕에 진씨는 다시 생에 대한 의지를 이어갔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14일 이웃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하게 됐다.
이 목사는 "진씨가 건강을 회복해 우리와 함께 즐거운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랐는데 너무 안타깝다"면서 "목회자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고 고인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문영태 해신동 행정복지센터 복지지원계장은 19일 "목사님이 자신의 선행을 외부에 알리기를 너무 꺼렸지만, 국적을 따지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도운 사연이 큰 울림을 줘 소개하게 됐다"면서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달라'는 당부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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