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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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유용 혐의’ 이재명 1억653만 ‘이면’…절반 이상 관용차 전용

‘윤석열 정부’ 6번째 기소, 5개 재판 진행…‘사법리스크’ 가중
관용차 사용 일수·목적 두고 법정 다툼 예상…재판 일정 관심
관용차 사적 사용 혐의 6016만…‘의원직 위기’ 李에 기소 폭탄
차량 사용 外 주유·세차비, 과태료 등 합산…김혜경 기소유예
‘법카 유용’ 등 前 道비서실장·배모씨도 기소…과일·식사비 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 법인카드’ 등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19일 기소되면서 정치 생명을 위협받게 됐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는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까지 앞두고 있어 안팎으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 들어 재판에 넘겨진 건 이번이 여섯번째다. 이 대표는 일부 병합된 재판을 포함, 총 5개(서울중앙지법 3개·수원지법 2개)의 재판을 받게 됐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허훈)는 이날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 대표와 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A씨, 전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도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법인카드 등 도 예산으로 샌드위치, 과일 및 식사 대금을 지출하는 등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같은 비용 지출이 공무와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檢 관용차 사적 사용 배임액↑…前 비서실장 4200만, 배씨 5600만

 

이목을 끄는 대목은 관용차 사적 사용이다. 검찰이 적시한 이 대표의 업무상 배임액 1억653만원 가운데 6016만원(56.5%)을 차지한다. 이는 관용차량인 제네시스(G80)의 사적 사용에 따른 배임 추정액이다.

 

검찰은 이 대표 등이 도청이나 인근 차고지에 반납하지 않은 채 자택에 관용차를 세워두고 사적으로 사용했다며, 조달철 나라장터의 제네시스 G80 렌트비의 월 최소액(138만원)에 주유·세차비 등을 더해 추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전체 배임액 8843만원 중 4206만원, 배씨는 1억3739만원 중 5647만원이 같은 관용차량에 대한 사적 사용 혐의로 잡혔다. 자신들의 혐의 가운데 가장 큰 유용 액수를 차지하는 부분이다.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 등은 경기도가 구입한 제네시스 차량을 이 대표 자택 주차장에 세워두고 아파트 주차스티커까지 붙여 임기 내내 자가용처럼 전용했다.

 

이 차량의 차고지를 자택 인근 행정복지센터로 지정해 사용 후 도청으로 반납하는 걸 막고 비서실에서 계속 배차를 신청해 다른 부서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개인 모임, 병원 출입 등 사적 용도로 사용될 때마다 공적 용도로 운행된 것처럼 허위 운행일지를 작성해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관용차량의 주유비, 세차비, 과태료까지 도 예산에서 지출됐다고 주장했다.

 

◆ 檢 ‘사모님팀 운영’ 주장…배씨가 담당

 

아울러 검찰은 이 대표 측에서 이른바 ‘사모님팀’을 구성해 운영하면서 이 대표와 배우자 김씨의 사생활 관리를 전담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선거 캠프에서 합류해 활동한 배씨가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식사·과일·샌드위치 구입, 개인 의류 세탁, 관용차 사적 운행 등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검찰 기소장에는 사모님팀이 산 소고기, 초밥, 복요리 등 음식비 합계가 75건, 889만원 상당으로 기재됐다. 

 

사모님팀 활동에는 이 대표 아들의 병원 수속 업무를 돕거나 김씨의 일정·모임에 동행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적 용도로 지출한 예산을 공적 용도로 적법하게 이뤄진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허위 지출 결의를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지사 시절 연설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경기도 제공

이렇게 과일 대금 2791만원, 법인카드 사적 사용 889만원, 샌드위치 대금 685만원, 세탁비 270만원 등이 이 대표와 A씨, 배씨에게 공동 예산 유용액으로 분류됐다.

 

다만,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 수사 의뢰로 시작돼 올해 1월 경찰에서 송치한 고발 사건을 진행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2021년 9월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에는 대장동 개발 비리·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같은 해 10월12일과 16일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위증교사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겨졌다.

 

위증교사 혐의 사건은 이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역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미 1심 선고가 났거나 선고 예정인 서울중앙지법의 재판 2건은 향후 상급 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