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오늘의시선] 트럼프 2기 시대, 새로운 기회로 만들자

법인세 낮추고 국내 투자 유도 정책 필요
기업 부담 가중시키는 ESG 정책 수정을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 미국의 주식시장은 트럼프 랠리를 이어갔다. 2016년 트럼프가 ‘샤이 트럼프’라는 신조어와 함께 워싱턴에 입성할 때, 미국 증시는 트럼프를 환영했다. 트럼프의 주장은 오랫동안 일관되게 친기업적이었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주장도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의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의 당선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방위비 부담이나 관세 인상 그리고 배터리 보조금 삭감 등의 보도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 증시는 하락했고, 외국인들은 떠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2기 시대, 우리 증시는 어디로 갈 것인가?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트럼프 2기 초반은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시기다. 트럼프는 선거인단 선거에서 이겼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이겼고, 국민 투표에서도 과반을 확보했다. 상원과 하원 그리고 대법원을 장악한 트럼프는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것을 추진할 힘을 갖고 있다. 트럼프가 조롱받던 1기와는 다른 분위기다.

미국의 힘은 강한 경제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트럼프의 1차 목표는 에너지 공급 안정화일 것이다. 중동에서 이란의 힘을 제어하고, 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통제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유일한 해법은 유가 안정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점령한 태양광 사업 등 비전통에너지 정책을 폐기하고 효율적인 전력 공급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산업의 부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달러 강세 현상은 이러한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는 강력하게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여 경제를 살리고 중간 선거까지 지지세를 확대할 것이다. 법인세를 15%로 낮추는 법안이 다른 법안에 우선해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퍼스트 버디 일론 머스크가 있는 한, 배터리 문제도 그리고 미래 산업의 근간인 반도체 문제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중국 대신에 미국의 파트너로 부상할 것이다. 강달러는 우리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유가 안정은 저금리 환경을 제공한다. 미국 내 투자로 미국 시장을 확보하는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 이유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도 법인세를 낮추고 국내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증시는 왜 반등하지 못하는가?

강달러는 단기적으로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을 유도한다. 강달러가 예상되는 기간에는 투자자들은 가치 하락기에 있는 우리나라의 투자 규모를 줄인다. 더욱이 미국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다. 최근 우리나라 주가 하락은 트럼프 2기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증시가 대접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대응 정책에서 발생한다. 이 정책으로 지배구조는 악화했다. 주주를 적대시하고 의결권을 제한하여 기회주의적 투기 세력에게 기회를 주는 정책은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 기업가치는 배당을 많이 하거나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해서 올라가지 않는다. 공적연금이 경영에 개입하고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흔들면 기업의 성장 동력은 떨어진다. 구두 개입으로 시장을 조절하려는 정부와 말이 자주 바뀌는 금융 감독 당국도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

정부가 밸류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효과도 없는 정책으로 증시가 반등하지 않는다. 이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도 문제다. ESG 정책은 약속과 달리 기업의 부담만 증가시켰다.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으로 기업가치를 올릴 수 없다. ESG를 부정한 트럼프가 증시에서 환영받는 이유다. ESG 정책은 유럽의 보호주의 정책에 불과한 것이지만 유럽도 에너지 문제로 ESG 정책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환경정책은 강화해야 하지만 ESG 정책은 수정돼야 한다.

트럼프 2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주주의 의결권과 경영권 보호를 통해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 환경이 필요하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