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이 또다시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제1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가 다음달 6일 총파업을 예고하면서다. 노조는 서울시와 공사 측에 인력감축 철회 등을 요구하며 20일부터 준법운행(태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18일부터 태업 중인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도 다음달 초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해 수도권 교통대란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의 요구를 묵살하고 대화조차 거부한다면 12월6일을 기해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시는 22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압하며 무차별적 현장 인력감축, 무책임한 안전 업무 외주화, 무자비한 노조 탄압을 내리꽂고 있다”며 “올해 잇달아 발생한 중대재해 산재 사망 사고, 뒤늦게 드러난 혈액암 집단 발병 사태에 이르기까지 지하철 노동 현장은 불안과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구조조정 철회와 인력운영 정상화, 1인 승무제 도입 중단, 산업재해 예방 및 근본대책 수립, 부당임금 삭감 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과 관련해 사측은 정부 지침에 따라 내년 임금 인상률을 2.5%를 제시했지만, 노측은 5%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노사는 지난달 말까지 4차례 본교섭과 15차례 실무교섭을 벌였지만,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이달 15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 70.55%가 찬성하며 파업을 결정했다.
노조가 올해 파업에 돌입할 경우 2022년부터 3년 연속 파업이다. 노조는 우선 20일부터 총파업 예고일인 다음달 6일까지 준법운행, 2인 1조 작업 준수, 규정에 정한 점검 외 작업 거부 등 단체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김태균 노조위원장은 “노조의 투쟁 목적은 열차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위험하고 잘못된 정책을 멈추자는 것”이라며 “문제 해결과 원만한 타결을 위해 마지막까지 인내와 대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는 “20일부터 노조 준법투쟁으로 지하철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며 ”노조와 대화를 통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공사 제2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이날 공사 신답별관 대강당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노동쟁의 결의 건을 통과시켰다. 다음달 3∼5일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MZ노조’로 불리는 서울교통공사 제3노조 올바른노동조합도 20일 ‘임금과 복지 정상화를 위한 쟁의행위 출정집회’를 예고했다.
노조가 일정대로 다음달 6일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철도노조 파업과 맞물려 시민 불편이 우려된다. 철도노조는 지난 18일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철도노조 태업과 관련해 사규와 법령에 위배되는 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중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역과 열차에서 ‘안내방송’, ‘안내문’을 통해 안내를 강화하는 등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도심에선 민주노총과 전국농민총연맹이 대규모 집회를 예고해 교통 혼잡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단체는 세종대로·새문안로·통일로·삼일대로 일대에서 사전집회를 열고, 이후 본 집회 장소인 세종대로까지 사전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은 일부 도로를 통제하는 등 교통관리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