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가계빚이 1900조원(누적 기준)을 돌파해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수도권 등에서 주택 거래가 급증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3분기 가계빚은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3분기 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지난 9월부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등 전방위 가계대출 억제책을 펴고 금융당국도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시행했지만, 효과는 4분기에나 나타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1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발표 이래 가장 큰 규모로 2분기 말과 비교하면 18조원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개념의 가계부채이다.
전 분기 대비 증감을 살펴보면 △지난해 2분기 +8조2000억원 △3분기 +17조1000억원 △4분기 +7조원으로 계속 늘다가 올해 1분기 들어 3조1000억원 줄었다. 그러나 2분기에 다시 증가 전환(+13조4000억원)하더니 3분기에는 그 폭이 더 커졌다. 3분기 들어 18조원이 늘었는데, 이는 2021년 3분기(+35조원) 이후 3년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3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전 분기 말 대비 16조원 늘어난 179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주담대는 19조4000억원 불어난 1112조1000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치에 달했다. 증가폭도 2021년 3분기(+20조9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가계의 주담대가 대거 늘어간 것은 주택 매매 증가 등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수도권 주택 매매거래량은 올해 1분기 5만9000가구에서 2분기 8만3000가구, 3분기 9만6000가구로 계속 늘었다.
반면 가계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3분기 말 잔액은 683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조4000억원 줄어 12분기 연속 감소했다.
창구별로는 예금은행에서 가계대출이 22조7000억원 증가한 반면 상호금융·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과 보험·증권·자산유동화회사 등 기타금융기관은 각각 1조7000억원, 4조9000억원 감소했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금융당국의 2단계 스트레스 DSR 등 거시건전성 정책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등으로 9월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수도권 주택 거래 증가 속도도 더뎌진 만큼 주택 거래에 1∼3개월 후행하는 주담대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대출 증가세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3분기 말 판매신용 잔액은 118조원으로, 추석 연휴 등으로 신용카드 이용 규모가 늘면서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대폭 늘었다. 증가폭은 2분기 1000억원에서 2분기 2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도 올해 1분기 187조4000억원에서 3분기 192조9000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