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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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核보복 위협까지 나온 러·우 전쟁, 빈틈없는 안보태세 절실

美 정권교체 다가오는데 확전 움직임
트럼프, ‘전쟁 조기 종식’ 의지 확고해
우크라 무기 지원 신중하게 검토하길
In this photo provided by Ukraine's 24th Mechanised Brigade press service, servicemen of the 24th Mechanised Brigade fire 2s5 self-propelled 152mm howitzer towards Russian positions near Chasiv Yar, Donetsk region, Ukraine, Monday, Nov. 18, 2024. (Oleg Petrasiuk/Ukrainian 24th Mechanised Brigade via AP)

그제 1000일을 맞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핵전쟁 위협으로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최근 사용을 승인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다. 이에 러시아는 기존의 핵 교리까지 고쳐가며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어제 미국은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대규모로 공습할 가능성을 우려해 우크라이나 주재 자국 대사관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대피시켰다. 북한군 병사들이 러시아군 소속으로 전투에 참여 중인 마당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먼 나라 일만은 아니다. 확전이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예의주시하길 바란다.

러시아에 보내진 북한군 병사들은 실전 경험이 없을뿐더러 무기와 장비도 열악하다. 벌써 3년 가까이 전쟁을 치른 우크라이나군과 전투가 벌어지면 사망하거나 다칠 확률이 높다. 국내외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 ‘러시아군을 위한 총알받이 노릇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자식을 전장으로 떠나보낸 부모들이 반발하면서 조만간 북한 사회에 극심한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북한이 내부 단속과 주민 결집을 위해 한국을 상대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군은 북한의 어떠한 움직임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안보 태세에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간 미국, 독일, 영국 등 서방 주요국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공격 무기를 대량으로 제공해왔다. 그런데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두 나라 간 전쟁을 가급적 빨리 끝내고 싶어한다. 자연히 더 이상의 확전에도 부정적이다. 미국의 도움 없이는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우크라이나로선 트럼프 당선인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과 군사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도 우크라이나 관련 정책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이 엊그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전쟁 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최근 대통령실이 “우크라이나에 공격 무기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점에 우려를 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확전 대신 전쟁의 조기 종식을 원하는 트럼프 당선인 측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다. 우리 국익이 최우선이고 동맹인 미국과의 공조에 흔들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 등을 감안해 외교·안보 당국이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