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을 치유해 주고 불운을 해소해 주겠다며 헌금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70대 종교인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종교인은 하나님으로부터 특별한 영적 능력을 부여받았다며 질병 등으로 고통받는 신도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지법 형사 제6단독 김서영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종교인 A(71·여)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여 동안 기도 모임을 주최하고 이에 참석한 신도 14명으로부터 질병을 치료해 주고 불운을 해소해 주겠다고 기망해 총 16억72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과거 한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천주교 교인으로 활동하면서 기도 모임을 주최해 참석자들에게 자신을 “하늘과 닿아 있는 특별한 영적 존재”라며 “속죄 예물을 내면 하느님이 나를 통해 치유해 줘 병이 금세 낫고 좋은 일이 생긴다”고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참석자들은 주로 자신이나 가족이 현대 의술로 치유하기 힘든 심각한 병을 앓고 있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절박한 처지에 놓인 이들로 알려졌다.
그는 이들에게 “죄를 지어 아프고 안 좋은 일이 생기니 속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손에게까지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며 돈을 낼 것을 요구했다. 또 “말기 위암·자궁암을 앓고 있던 신도를 하나님의 능력으로 완치했다. 내가 배에 손만 대도 아이를 임신할 수 있다”는 등 허무맹랑한 말로 신도들을 현혹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이런 수법으로 총 1만여 차례에 걸쳐 16억7200여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 사건으로 법정에 선 이후에도 “신도들에게 기도에 따른 결과(효험)를 약속하지 않았다. 헌금도 신도들이 위안을 얻은 데 대해 자발적으로 현금을 봉헌한 것일 뿐 나는 되레 돈을 주는 것을 만류했다”며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재판부는 A씨의 육성이 담긴 녹취와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 등을 토대로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를 받거나 신통한 능력을 가졌다고 볼 증거가 없고 본인도 특별한 능력이 없다고 진술했고 피해자들도 피고인이 주장했던 특별한 능력을 믿고 헌금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들을 명백히 기망한 행위일 뿐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종교·미신 행위의 범주에도 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환 등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어려운 사정과 신앙심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렀고 그 수법 또한 매우 악질적이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재산 손해는 물론 상당한 정신적 고통까지 겪었을 것인데도 피고인은 증거로 확인되는 사실관계까지 부인하면서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피해 회복 조치도 하지 않아 그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그의 범행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자 천주교 전주교구는 지난해 4월 교구장 명의의 교령 공포를 통해 파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