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20일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미사일에 이어 장사정포까지 추가 수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 병사들은 현지 공수여단과 해병대에 배속돼 일부가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해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추가 군수물자를 지원한 동향을 파악했다면서 “포탄, 미사일에 이어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등을 추가 수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 장비는 러시아가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것이어서 운용 교육 및 정비 등을 위한 북한 병력이 함께 파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국정원은 덧붙였다. 앞서 군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와 호환 가능한 122㎜ 방사포탄과 152㎜ 포탄, T 계열 전차 포탄, 대전차미사일 등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해왔다. 북한군 파병 규모 추산치가 미국 1만2000명, 우크라이나 1만5000명 등으로 차이가 발생하는 것도 북한산 장비 운용 병력이 지속적으로 파견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정원은 파병 규모를 “1만900명에서 1만2000명 사이”로 판단하면서 “전쟁이 오래가게 되면 병사들 희생이 많아지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추가 파병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는 1만1000여명을 기준으로 약간 유동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北, 추가 수출 무기 운용 병력 지속 파견할 듯”
파병 북한군 1만1000여명은 러시아 동북부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마치고 지난달 하순쯤 서부 전장 지역인 쿠르스크로 이동, 배치된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 국정원은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북한 병력과 관련해 “현재 러시아 공수여단이나 해병대에 배속돼 전술 및 드론 대응 훈련을 받고 있고 일부는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국정원은 이어 “북한군이 최전선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한 만큼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구체적인 작전 수행 상황과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군 투항자나 포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상충하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정확하게 파악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박 간사는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심리·선전전을 전개 중이어서 일부 정보나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우방국 정보, 자체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아울러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4일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과 면담한 데 대해 “상당히 중요하고 민감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은 러시아 측에서 난색을 비쳤으나 최 외무상이 체류 일정을 연장한 끝에 현지 공휴일에 성사됐다면서 “단순히 의전용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국정원은 판단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와 (조) 바이든 정권 사이에 우크라이나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입장차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두 개의 입장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겠다”고 답했다.
국정원은 또 “앞으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어떤 무기나 장비, 기술을 받아올지에 대해 밀착해서 주시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새뮤얼 퍼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브루킹스연구소 대담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통해 잠수함 기술과 미사일 추진체 기술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최고 고도가 7000㎞를 넘은 점을 언급하고서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역량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냐는 질문에는 “아직 아니다. 우리는 아직 그런 역량을 보지 못했지만, 북한이 그것을 위해 계속 시험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답했다. 북한이 ICBM으로 미국을 실제 위협할 수 있으려면 충분한 사거리를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이 가능해야 하는데 아직 그 기술은 개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과 통일, 동족 개념을 부정하는 상황을 두고 “우리는 이런 큰 변화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러 군사협력을 이미 위험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공생’ 관계로 평가하고서 이는 중국에도 좋은 전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