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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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과격시위 갈등 격화… 대학 측 ‘불통행정’도 도마에

총학생회 공학 전환 찬반투표 속
교수·학장단, 시설점거 중단 호소문
‘비민주적 과한 행동 지양’ 지적에
“대학 자치 주체 소외가 근본 문제”

남녀공학 전환 논의로 내홍을 겪고 있는 동덕여대에서 학생들의 과격한 시위 방식이 논란을 낳고 있다. 시위 여파로 음대생에게 한 번뿐인 졸업연주회가 무산됐고, 300여개에 달하는 강의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수업권 침해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과격한 시위에 같은 학교 학생은 물론 교수마저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는 대학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학생을 배제한 것이 발단이 됐지만, 과격한 시위가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동덕여대에 따르면 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한 학생들은 대부분의 학교 건물을 봉쇄하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에 동덕여대 교수 241명과 학장단은 이날 호소문을 각각 내고 ‘수업 거부 강요’와 ‘시설 점거·훼손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동덕여자대학교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이 20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남녀공학 전환과 총장 직선제 문제를 논의하는 학생총회에서 남녀공학 전환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학교는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개별 학생들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동덕여대 일부 재학생들은 시위 피해 사례를 알리기 위해 불법·폭력시위에 반대하는 모임 ‘동덕STEP’을 만들기도 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시위 방식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체 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피해를 보는 비민주적 시위는 지양해야 한다”며 “대학 자치는 인정돼야 하지만 불법행위까지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교의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고, 이런 행위가 지속되면 공권력이 투입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학문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 대학 특성상 캠퍼스 내 공권력 투입은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대학 의사결정 과정에서 학생들이 소외된 게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덕여대 측은 ‘공학 전환 관련 구체적 논의를 하기 전에 학생들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소통 없는 통보가 일상’이라며 논의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대학에선 학생이 대학 자치 주체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왔다”며 “대체로 재단이나 학교 집행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 통보하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 자치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직원과 학생 목소리를 반영하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2022년 불거진 동덕여대 상경계열 전공 통폐합 논란에 학생들 연대 서명 등 반대가 이어졌지만 통폐합 개편안은 통과됐다. 지난해 쓰레기 수거 차량에 학생이 치여 사망한 사건 관련 학생들의 진상규명 공청회 개최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대학들에서도 학사제도 개편 등을 두고 학생과 학교의 갈등이 지속돼 왔는데 학생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포함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의견 수렴을 위해 이날 학생총회를 열고 공학 전환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비표를 드는 방식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1973명(재학생 6564명)이 참여해 기권 2명을 제외하고 모두 반대했다. ‘동덕여대 총장직선제’에 대해선 1933명이 투표해 1932명이 찬성했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이 공학 전환 안건을 철회해야 시위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