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의 효력을 정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불복해 낸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세대는 이의신청 기각에 불복해 항고했다. 연세대 논술 문제 유출 논란 사태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하면서 1만여명 수험생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재판장 전보성)는 20일 연세대의 가처분 이의신청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재판부는 15일 논술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수험생들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 본안사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논술 합격자 발표를 비롯한 후속 절차를 중지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연세대 측이 이의신청을 통해 추가로 제출한 주장과 소명자료까지 살펴봐도 이미 내린 가처분 결정을 바꿀 근거가 없다고 봤다. 대학 입시제도 특성상 본안소송에서 수험생 측이 승소하더라도 권리구제가 어려우므로, 본안소송 전까지 시험 후속 절차 진행을 멈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앞서 법원은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됐다”는 이유로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리며 재시험 여부 등에 대해선 “다른 방안이 가능하다면 대학의 자율성 측면에서 재량을 존중할 필요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세대는 이날 법원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2심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취지다.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들은 논술 재시험을 요구하고 있지만, 연세대는 현재 재시험 시행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뚜렷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전날 서부지법에서 열린 심문기일에서 연세대 측 법률대리인은 “아무런 부정행위를 하지 않고 시험을 치러 합격권 점수를 받은 수험생들이 재시험에서 합격하리란 보장이 없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술시험 인원을 정시 선발 인원으로 이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재시험과 정시 이월, 또는 이번 전형 모집인원인 261명을 아예 선발하지 않는 방안 등 또 다른 시나리오가 있는지 묻는 판사의 질문에는 “채택한 안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본안에서 승소할 거라 믿고 있다”고 답했다.
당분간 수시논술 시험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1만444명의 수험생은 법원 판결만을 바라보며 대입 레이스를 준비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에 따르면 대학들의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는 다음달 13일까지 이뤄지며, 같은 달 27일 수시 미등록 충원 등록을 마감한다. 수시 마감 일정까지 남은 기간이 촉박하지만 본안소송은 첫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아 언제 판결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수험생 측 법률대리인인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의신청 기각까지 된 이 시점에 연세대가 항고심까지 제기해서 또 판단받으며 시간을 끈다면 이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수험생들과 우리나라의 교육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조속히 재시험을 치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이날 “정시 이월이 될 경우 연세대 논술 전형에 지원한 지원자의 수시 지원 기회 하나가 사라져, 수험생들의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심각한 점을 고려할 때, 정시 이월이 합리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미등록 충원 합격 통보 마감 시한인 12월26일까지 연세대에서 입시 혼란을 방지할 대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