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념에 편향된 시각은 정당한 교육 활동을 방해합니다.”
‘친일 미화’ ‘뉴라이트’ 의혹이 제기된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해 논란의 중심에 선 문명고의 임준희 교장이 한 말이다.
임 교장은 21일 오전 경북 경산 대신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 성립의 기초적인 법적 근거가 바로 헌법”이라며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에 따라 교과서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경산에 있는 문명고는 내년 한국사 과목을 편성한 일반계 고교 중 유일하게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해당 교과서는 친일 인사를 두둔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축소했다는 일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승만 정권에 대해 ‘독재’ 대신 ‘집권 연장’으로 표현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간략히 서술한 점 등에서다.
논란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자 임 교장은 직접 해명에 나섰다. 임 교장은 “(문명고가 채택한 교과서는) 정부의 교과서 검정시스템을 통과한 9종의 한국사 교과서 중 하나다”면서 “전문가 위원회가 판단한 교과서를 학교 차원에서 다시 (판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교과서를 선택할지는 오로지 선생님(학교)의 교권이자 고유권한”이라며 “학교는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순수한 교육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명고의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놓고 지역사회의 반대 여론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문명고 학부모와 공무원 등으로 꾸려진 시민단체는 문명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일에는 전교조 경북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경북지부 등으로 구성된 경북교육연대가 성명을 내어 “문명고는 친일 독재 미화 교육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