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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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결의안, 유엔서 20년 연속 채택…“적대적 2국가론, 극단적 군사화 지적”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20년 연속 유엔총회 산하 인권 문제 담당 위원회에서 채택됐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한국 등 61개국이 공동 제안한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만장일치)로 채택해 유엔 총회 본회의로 넘겼다.

 

제3위원회는 2005년부터 20년째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메시지와 더불어 기존 결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도 추가했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관련 내용이 대표적이다. 제3위원회는 이날 채택한 결의안에서 "북한이 2024년 1월 대한민국과 통일을 더는 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정책 방향이 "이산가족 문제를 포함한 인권 상황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제3위원회는 또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청년교양보장법·평양문화어보호법을 통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를 포함한 "모든 관행과 법률을 폐지하거나 개혁할 것으로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적대적 두 국가 관계에 대한 우려와 일명 '3대 악법'으로 불리는 3개 법안 모두에 대해 폐지·개혁을 요구하는 내용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대 악법 문제는 최근 진행된 북한에 대한 유엔의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에서도 주된 의제로 다뤄진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결의상 아동 권리 부분을 다루는 문항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딸 16세 소년이 선고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유엔 사무처장에 우려를 표명하는 보고가 포함됐다.

 

이번 결의안이 북한 인권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나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 관련 내용 등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극단적 군사화 문제가 인권 침해 상황과 밀접하게 연계됐다는 지적은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제3위원회는 "북한이 강제 노동과 같은 인권 침해와 학대를 통해 불법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면서 "국가 예산이 불균형적으로 군사비에 할당돼 인권을 충분히 존중·보호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일본과 대한민국의 모든 납치 피해자들이 즉각 송환돼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결의안에는 이와 함께 북한의 인권 침해와 학대 상황을 다루기 위해 시민사회 관계자들과 여러 전문가의 증언을 듣는 고위급 회의를 열 것을 유엔총회 의장에게 요구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상진 주유엔 차석대사는 결의안 채택 후 발언에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서 지적한 반(反)인도주의 범죄에 해당하는 북한 내 인권 상황은 그간 오히려 악화했다"며 "북한은 지난 20년간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인권결의에 유념하면서 인권문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결의안 채택 후 대변인 명의의 환영 논평을 내고 "올해는 특히 유엔 COI 보고서 발간 1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국제사회가 이번 결의를 통해 심각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동 상황 개선을 위한 북한의 행동을 촉구하는 일관되고 단합된 메시지를 발신한 점을 평가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가결된 결의안은 오는 12월 중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돼 최종 채택될 예정이다. 유엔총회 결의는 국제법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의 단합된 요구가 담겼다는점에서 이를 존중해야 할 정치적·도적적 의무를 지닌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