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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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동물학대 범죄 양형기준

이달 초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에 대하여 ‘양형기준’을 새롭게 설정하여 공개했다. 이 양형기준안은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내년 3월경 최종적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법에 규정된 형벌 중 어떤 형을 선고할지를 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살인, 강도, 폭력, 아동학대 등 여러 주요 범죄에는 양형기준이 마련되어 있는 것과 달리, 동물학대 범죄의 경우에는 그 기준이 전혀 없었다. 이 때문에 법관에 따라 판결이 들쭉날쭉한 문제가 있었다. 예컨대, 어떤 사건에서는 동물 여럿이 잔혹하게 살해당했음에도 고작 벌금형이 선고되었으며, 한 동물이 오랜 기간 학대받아 상해를 입은 사건에서는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특히 동물보호법은 동물이 죽은 경우 가해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함에도, 대부분의 동물학대 사건에서 벌금형이 선고되는 등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은 점은 큰 문제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에 양형기준안이 마련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양형기준을 보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징역 4월에서 1년, 벌금 300만원에서 1200만원 사이의 형량이,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경우에는 징역 2월에서 10월, 벌금 1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의 형량이 권고된다. 피해동물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 경우,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범행동기가 비난할 만한 경우, 범행수법이 잔혹한 경우 등 ‘특별 가중인자’에 해당하면 법정 최고형까지도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 ‘동물이 입는 피해’ 정도에 따라 형을 가중 혹은 감경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은 입법목적에 비추어 타당하고 바람직하다.

양형기준은 법관에게 ‘권고’될 뿐이어서(다만, 양형기준을 벗어나는 선고를 할 경우 판결문에 이유를 기재하여야 한다), 결국 법관의 동물권 감수성 내지 동물보호 의식이 결과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법원 차원의 법관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박주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