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임금근로 일자리가 7분기 연속 내리막을 걸으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1년 넘게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그냥 쉬었다’고 답한 청년 중 1년 이상 쉰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고, 3년 이상 ‘쉬었음’ 청년도 무려 20%를 넘었다.
‘쉬었음’ 청년 문제가 장기화·고착화되는 가운데 취업 지원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본은 사실상 완전고용을 달성해 한국과 시작부터 다르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쉬었음’ 청년이 늘어난 배경에는 기업의 신규 채용 감소와 청년층의 일자리 미스매치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통계청의 '2024년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083만 90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25만 4000개 증가했다.
하지만 연령별로 들여다보면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볼 수 있다.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 증가를 견인한 것은 이번에도 60대 이상(26만 1000개)과 50대(12만 4000개) 등 중장년층이었다.
은퇴 후 노후를 보내야할 세대의 일자리가 늘어난 반면 청년층인 20대 이하의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3만 4000개 줄며, 오히려 전체 증가 폭을 축소시키는 데 기여했다. 일자리는 늘었지만 그만큼 고용의 질이 낮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20대 이하의 임금근로 일자리는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7개 분기째 감소하는 상황이다. 감소 폭 또한 △지난해 2분기 2만 8000개 △3분기 8만개 △4분기 9만 7000개 △올해 1분기 10만 2000개 등으로 매분기 확대됐다.
그 결과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대 이하가 14.7%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재작년 2분기(16.1%)까지만 하더라도 16%대를 웃돈 해당 비중은 지난해 2분기(15.5%) 15%대로 내려와 올해는 14%대까지 주저앉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20대 이하의 경우 배민 라이더, 쿠팡 로켓배송 등이 포함되는 운수·창고에서 그나마 증가세가 나타났다"며 "일부 산업에선 신규 채용이 줄어든 영향도 있었고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청년층의 임금근로 일자리 감소는 이들의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달 초 발표된 8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보면 청년들은 일자리 관련 사유를 '쉬었음'의 이유로 꼽았다.
'쉬었음' 청년층(15~29세) 인구 중 30.8%는 '원하는 일자리(일거리)를 찾기 어려워서'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른 모든 연령대에선 '몸이 좋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청년층의 ‘쉬었음’ 기간이 장기화하는 현상은 뚜렷했다. 2020년 38.9%인 1년 이상 ‘쉬었음’ 응답 비중은 2021년에는 42.7%로 뛰었다. 2022년에는 42.0%로 주춤했지만, 이후 2년 연속 늘었다.
특히 올해 쉬었다고 답한 청년층 가운데 3년 이상 쉬었다는 비중은 전년(17.9%)보다 3.1%포인트 증가한 21.0%였다.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청년층 ‘쉬었음’ 규모도 가파르게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청년층에서 ‘쉬었음’ 인구가 늘어나는 데는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대기업은 경력직을 선호하는 데다,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일본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 취업이 확정된 비율이 무려 95.9%에 이른다.
최근 NHK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2025년 졸업 예정 대학생의 취업내정률은 95.9%로 전년도보다 3.9%포인트 상승했다. 일본은 보통 10월에 입사 시험 등을 거처 취업을 확정한다.
이 가운데 취업을 결정하는 등 진로를 확정한 학생도 90.6%로, 전년의 같은 기간 대비 2.4%포인트 상승했다.
일찌감치 취업을 확정한 일본 청년들은 사회인으로서 일할 결의가 생겼다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기 분주한 모습이다. 한국의 높은 실업률과 일자리 감소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통계에서 보듯 청년들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했을 경우 아예 쉬는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평생직장’이 사라지면서 이직 과정에서 쉬는 청년도 많아졌다.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추후 고용 가능성과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고 고립 은둔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진다.
실제 앞선 조사에서 경기도 내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 가운데 은둔청년의 비율이 3.3%로 추정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은둔청년은 제한된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고 사회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을 말한다. 은둔청년은 앞서 일본에 먼저 등장했다. ‘히키코모리’로 불리는 이들은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수년간 방안에 들어박혀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경기복지재단이 '2022년 국무조정실 청년 삶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도내 은둔청년 비율은 3.3%로 추정돼 전국 은둔청년 비율(2.4%)보다 0.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성별 은둔청년의 경우 여성이 53.5%로 남성(46.5%)보다 많았다. 은둔 기간은 1년 이상 3년 미만이 38.9%로 가장 많았고 6개월 미만이 32.1%로 뒤를 이었다.
은둔 이유로는 '취업이 잘되지 않아서'(28.9%)와 '임신이나 출산 때문에'(20.5%) 등을 들었는데 '기타'라고 답한 비율이 40.3%로 가장 많아 복합적인 원인으로 은둔에 빠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나이를 먹으며 고령화 된다는 것으로 노인이 된 부모가 이들의 뒷바라지를 하지 못해 경제적 빈곤에 휩싸이거나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등의 2차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당초 사회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스스로 자립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