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전통시장 두 곳을 잇달아 찾아 상인들의 고충을 듣고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전날 개미 투자자 및 수출기업들과 간담회를 한 데 이은 민생 행보다. 경기도 예산 유용 혐의(업무상 배임) 추가기소에 이어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를 나흘 앞두고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커지자 당심의 동요를 막기 위해 민생 행보에 주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 수원 못골시장과 영동시장을 차례로 방문해 민생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경제 중에서도 가장 서민들의 삶에 체감이 되는 것이 바로 골목상권”이라며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를 강조했다. 야당은 하루 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찰청 특수활동비 31억6000만원을 내년 예산에서 전액 삭감하고 집회 관리 장비 예산 26억4000만원을 감액하는 대신 ‘이재명표’ 지역화폐 예산 2조원을 신설하는 안건을 강행 처리했다. 다수 의석으로 무장한 야당이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일종의 대여 협상권을 쥐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대표의 시장 방문 일정엔 차기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김동연 경기지사도 동행했다. 이 대표는 “바쁠 텐데 일부러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당 주류 사이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현실화 속 김 지사가 독일에서 ‘친문(친문재인) 적자’이자 대선 경쟁자로 거론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만난 것을 탐탁잖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김 지사가 차기 대선 출마 생각이 크다는 견해가 있어서다. 이 대표의 시장 방문에 동행해달라는 당의 요청을 경기도가 수용할지를 김 지사의 생각을 엿볼 시금석으로 판단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였다.
한편 당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정국을 윤석열 대통령 직접 조준으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강성 친명(친이재명)계인 김용민 의원은 국회에서 ‘대통령 파면 국민투표 토론회, 임기 2년 단축을 위한 헌법개정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6일 대통령 파면을 주제로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한 데 이은 두 번째 행사다. 이와 별도로 당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김진태 강원지사 공천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는 명태균씨의 통화녹음을 공개해 화력을 보탰다.
당내에선 개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 탄핵 주장이 나오는데 이 중 일부는 범야권이 참여하는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에도 가입했다. 이 연대의 공동대표는 민주당 박수현 의원과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다.
다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추진이 개별 의원들의 주장일 뿐 당 차원의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 징역형을 선고받아 차기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지자 당내 위기감이 커지면서 윤 대통령을 겨눈 예봉이 다소 꺾인 기류도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