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1일 정부와 함께 정책간담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한 논의에 나섰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등 재정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강제하는 준칙으로, 최근 한동훈 대표가 필요성을 강조하며 도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돈을 누수 없이 잘 쓰기 위해서 재정준칙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돈을 안 쓰겠다, 인색하게 쓰겠다는 취지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가 거의 없다”며 “재정준칙 법제화는 늘 한 단계 높은 나라를 위한 숙제였다. 국민의힘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문재인정부 5년간 실정과 빚잔치로 경제를 운용한 후유증을 지금 우리가 앓고 있다”면서 “(재정준칙 법제화는) 돈을 쓸 땐 제대로 쓰되, 늘 알뜰하게 국민 혈세가 소중한 줄 알고 빚이 무서운 줄 알고 제대로 쓰자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엔 꼭 여야가 미래 세대를 위해 빚더미를 후세대에 넘겨줘선 안 된단 자세로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부·여당은 21대 국회에서도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해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으로 박대출 의원 등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사를 앞둔 상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재정준칙 법제화라는 제도적 개혁이 시급하다”며 “재정의 역할을 제약한다는 우려가 있으나, 재정 운용의 예측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이 제고돼 재정 본연의 역할을 더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금 재정 상황은 준칙을 더는 미루면 안 될 만큼 위급하다”며 재정정책 수립에서 정무적 판단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인 ‘재정의 정치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정준칙이 정책 유연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이다. 민주당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준칙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경우 재정상의 위기나 여러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정적으로 재정을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재정준칙이 없어 국가채무 증가가 우려되고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여당 주장에 대해선 “연금 등 여러 문제와 연결이 돼 있다. 재정준칙을 가지고 입씨름하기보단 그런 부분을 더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