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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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다녀와 엄마한테 세탁기 사준다고 했는데”…남겨진 이들의 슬픔

희생 헛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안전조치 강화…“사고 방지 위한 노력 뒤따라야”

“외아들이었어요, 얼마나 효자였는데…”

 

지난 20일 저녁, 울산의 한 호텔 로비에서 한 중년 여성은 눈시울을 붉히며 이렇게 말했다.

 

이 호텔은 모 자동차 회사 울산공장에서 차량 주행 실험 중 숨진 연구원 3명의 유족들이 머무는 임시 숙소다. 사고 소식을 듣고 타지에서 달려온 가족들은 로비에서 손을 부여잡고 서로를 위로하거나 눈물을 닦고 있었다.

 

MBC 캡처

 

그는 이번 사고로 조카 장모(26) 씨를 잃었다. 아직 어린 조카를 떠나보낸 슬픔이 큰 듯, 그의 말은 한참이나 이어지지 않았다.

 

“조카는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아들이었어요. 작년에는 환갑을 맞은 어머니를 위해 이모들과 여행을 보낼 정도로 효자였어요.”

 

장 씨는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해 대학에서도 자동차공학과를 전공했다. 졸업 후, 그는 수원에 위치한 협력업체 연구원으로 입사하며 꿈에 그리던 자동차 관련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입사 소식을 전할 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울산 출장 일정은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였다. 하지만 출장 둘째 날인 19일, 비극이 발생했다.

 

장 씨의 이모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출장 전날 엄마와 저녁을 먹었대요. 그게 마지막 식사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죠. 출장 다녀오면 세탁기랑 건조기를 사주겠다고 했었다는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숨진 연구원들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 연합뉴스

 

이번 사고는 지난 19일 오후 3시께 발생했다. 울산공장에서 차량 주행 실험을 진행하던 장 씨와 연구원 2명은 밀폐된 체임버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들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사고 발생 직후, 경찰은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부검을 진행했다. 유족들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아직 빈소조차 차리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찰은 밀폐된 체임버 내에서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질식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다. 특히 실험실 안전 설비에 문제가 없었는지, 해당 체임버가 안전 기준에 적합하게 관리되고 있었는지 등 정확한 경위를 확인 중이다.

 

사고 소식을 접한 유족들은 여전히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 장 씨를 비롯한 3명의 연구원은 젊고 유망한 인재들이었다. 그들의 죽음은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작업 현장의 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이가 너무 안타깝다"며 유족들은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번 사고가 남긴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안전 조치 강화와 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들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