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반도체 집적회로(IC) 칩을 중국으로 밀수출한 일당이 21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미국 제조사가 만든 141억 상당의 제품을 반도체 소자를 수출하는 것처럼 허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IC칩 중 군용 무기 개발·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제품은 전략물자로 지정돼 국제 규정에 따라 수출통제를 받는다. 밀수출된 IC칩들은 통신 기지국, 중계기 등에 주로 사용되고 군용 레이더, 위성통신 등에 사용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경택)는 이날 배임수재,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미국 제조업체 국내 유통대리점 A사 이사 B씨 등 2명을 구속기소 했다.
또 지난 8월 이 사건과 관련해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먼저 구속기소 한 불법 수출업체 C사 대표 D씨 등 2명을 배임증재 등 혐의로 추가로 기소했다. C사와 IC칩 국내 유통업체 E사 등 법인 2곳도 불구속기소 됐다.
D씨 등은 2019년 7월부터 2023년 8월 미국 제조업체로부터 수입한 IC칩 9만8000여개를 견본품으로 위장해 세관 신고 없이 중국으로 밀수출한 혐의를 받는다.
규정상 외국 제조업체로부터 IC칩을 수입한 국내 업체가 이를 다시 제3국에 수출하려면 산업통상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12월 7일 관세청 서울세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올해 7월 D씨 등을 구속한 데 이어 최근까지 관련자 4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밀수출 대금을 계좌로 수령하고 일부 대금은 중국 환치기상을 통해 현금으로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수법으로 A씨 등이 취한 실제 수익은 43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방산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에 따른 피해를 볼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국익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이며 중대한 외교 문제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