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8개월 영아의 손가락 두 개가 절단됐지만,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15개 병원이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119 구급대와 부모의 필사적인 노력 끝에 아이는 사고 발생 7시간이 지나서야 접합 수술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의료 대란의 심각성을 다시금 드러냈다.
2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16일 오후 1시 47분경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했다. 이모 군(1)은 어머니 양모 씨(36)와 걷던 중 "차량 통행 금지"라고 쓰인 철제 입간판에 부딪혀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오른손 중지와 약지가 절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는 즉시 119에 신고했으며, 구급대는 신고 접수 5분도 채 되지 않아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후 병원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난항이 이어졌다. 구급대원이 문의한 병원 15곳 모두 이 군의 수용을 거부했으며, 이로 인해 구급차는 출발조차 하지 못한 채 현장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급종합병원 4곳은 ▲정형외과 진료 불가 ▲소아 손가락 접합 수술 불가능 ▲환자가 너무 어려서 치료 어려움 ▲관련 진료를 볼 의사가 없다 등의 이유로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병원은 중소 규모로, 접합 수술이 가능한 설비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동아일보가 전했다.
결국 이 군은 사고 발생 7시간 만인 오후 9시에 서울의 한 병원에서 접합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이 군은 수술 후 회복 중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은 의료 대란의 심각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응급의료 체계의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 인력의 약 30%가 이탈한 상태"라며 의료 공백의 현실을 인정했다.
정부는 현재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달 25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월 2085억 원 규모의 비상진료체계 지원을 '심각 단계' 해제 시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응급환자 수용 불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인력 부족 문제와 병원 간 협력 체계의 미비가 응급 상황에서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소아환자 수용 기준 완화와 응급의료체계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례는 응급의료 체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유사한 사고가 반복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응급의료 체계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