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지난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아파트’를 미국 현지 햄버거집에서 들은 일화를 소개하며 “대한민국 청년들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랜덤 게임인 아파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20일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의 전설로 평가받는 페이커(이상혁) 선수가 실패를 자신의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고 밝힌 점을 주목했다. 그러면서 “실패를 자산으로 만들어주는 사회가 될 때 대한민국은 한 번 더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진영논리에 매몰되길 거부하고 합리성을 추구하는 2030세대에 적극 공감을 표하며 정치 활동 재개를 위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김 전 총리의 이러한 행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후로 두드러지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을 뿐만 아니라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해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정권 탈환을 위해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야권 잠룡들과 비명(비이재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 대선 때 ‘새로운물결’을 창당해 이 대표에 맞섰던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2일 독일에서 ‘친문(친문재인) 적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회동했다. 김 전 총리는 다음 달 1일 비명계 의원 모임 ‘초일회’에서 미국 대선과 한·미 관계를 주제로 특강을 한다.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의원은 통화에서 “내년 초쯤 김동연 지사나 김경수 전 지사를 초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최근 방송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용진 전 의원은 내년 초부터 활동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은 이달 25일 이 대표의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가 어떻게 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법 위반에 이어 위증교사 사건에서도 금고형 이상이 선고될 경우 이 대표의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질 것이라는 게 야권 내 기류다. 한 민주당 의원은 “위증교사 사건 재판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야권 인사는 “친명(친이재명)계가 당내 다수를 이루고 있어 비명계가 활동하는 데는 다소 제약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주자들로선 당내 경선을 당연한 절차라고 여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