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태로 마세라티를 몰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20대 연인을 치어 사상케 하고 도주한 30대 운전자에게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이광헌 부장판사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사·도주치상),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마세라티 운전자 A 씨(33)와 도주 조력자 B 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A 씨는 지난 9월 24일 오전 3시 11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마세라티를 몰던 중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퇴근하던 2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전치 24주의 중상을 입었고 뒷자리에 탑승해 있던 여자친구가 숨졌다.
사고 당시 해당 도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50㎞였다. 피해자들은 정속 주행 중이었으나 A 씨는 시속 128㎞로 과속을 하다가 추돌사고를 냈다.
검찰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추산한 A 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93%였다.
사고 이후 A 씨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도주했다. 그는 일행에게 “사고를 냈다. 도피시켜달라”고 부탁한 뒤 광주 서구 한 호텔에서 짐을 챙겨 대전으로 달아났다.
이후엔 현금을 사용해 택시나 공항 리무진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고 인천공항을 거쳐 서울 등을 배회하다 범행 이틀 만인 같은달 26일 오후 9시 50분쯤 서울 역삼동의 유흥가에서 긴급 체포됐다.
A 씨는 수사기관에 “사고 직후 겁이 나 도주했다”고 진술했다.
고등학교 동창인 B 씨는 도주치사 범죄를 알고도 텔레그램에서 구매한 대포폰을 제공하는 등 A 씨의 도주를 도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사는 “A 씨의 범행으로 20대의 젊은 피해자가 숨졌다. 피고인은 최소한의 구호 노력도 없이 상당기간 도피행각을 벌여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B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A 씨는 최후 진술에서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결심공판엔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를 탄 피해자도 참석했다. 재판부는 이미 제출된 엄벌 탄원서와 별개로 피해자에게 진술 기회를 부여했으나 여자친구를 떠나 보낸 피해자는 하염 없이 눈물만 흘렸다.
재판부는 12월 13일 오후 2시 광주지법에서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