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 호응하는 군민에 감사하고 즐겁습니다”
교향악단 또는 오케스트라는 교향곡을 연주할 목적으로 조직된 연주가 집단을 말한다. 이는 지휘자와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하프, 오르간 등 연주자 100명 이상의 대규모와 20명 내외의 소규모로 꾸려진다.
충북 올해 군단위 첫 교향악단이 설립돼 눈길을 끈다. 진천군 교향악단인 ‘생거진천 교향악단’은 모든 단원이 비상임이고 큰 규모의 연주는 ‘군민 단원’이 참여하는 등 구성부터가 남다르다. 강수형(52) 진천 교향악단 지휘자는 22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교향악단 단원 모두가 비상임으로 서울과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1주일에 1회 3시간 연습을 한다”며 “단원들이 놀랄 정도로 군민들이 연주를 즐기고 화답해 준다”고 전했다.
◆"동호인과 함께 음악으로 봉사하자"
그는 바이올린 족(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의 현악기 가운데 가장 낮은 음역의 악기인 콘트라베이스를 독일에서 전공한 유학파다. 이후 지휘를 전공했다. 진천과의 인연을 묻자, 그는 “20년 전에 학원을 하며 진천과 인연을 맺었다”며 “음악 활동을 청주나 대전에서 하다 10년 전에 진천에 안착하면서 음악으로 봉사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8년쯤 지역민 10여명과 함께 동호인 형태 ‘벨라챔버’를 구성했다. 매년 정기연주회도 열고 각종 행사에서 초청 공연도 선보였다. 공연이 인기를 끌자 ‘진천 필하모니오케스타라’로 이름을 바꿔 수도권내륙선 유치 기념 축하음악회와 도민체전 축하음악회, 송년음악회 등에서 연주했다.
이런 인기에 송기섭 진천군수를 비롯한 군민들이 군립교향악단 설립을 제안했다. 군단위에서 교향악단을 설립하기는 쉽지 않았다. 기존 동호인들만으로는 교향악단을 꾸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군은 교향악단 단원 모집 공고를 내 지난 8월 교향악단이 창단했다. 단원들은 일주일에 하루 진천에 모인다. 서울과 대전 등지에서 오후 6시에 도착해 3시간을 연습한다. 단원은 총 32명으로 강 지휘자를 포함한 정단원 19명과 아마추어 단원인 ‘군민 단원’ 13명이다.
◆정단원과 군민 단원이 ‘어울림 선율’ 선사
정단원에는 클라리넷과 첼로를 연주하는 부부와 이곳에서 연주하며 부부의 연을 맺은 단원도 있다. 군민 단원은 20~70대까지 연주에 열정을 가진 다양한 연령층이 모였다. 대학 때 바이올린을 전공했던 올해 70살의 전업주부 단원은 8년째 군민들에게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군민 단원은 월액 수당도 받지 않는 교사와 자영업자,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순수하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모인다. 이들은 지난달 열린 제44회 생거진천 문화축제에서 뮤지컬 배우 홍지민의 갈라쇼 협연으로 첫선을 보였다.
23일 오후 6시부터 진천읍 화랑관에서 정기연주회도 연다. 1부에서는 군립교향악단의 선율이 이끄는 프란츠 폰 주페의 ‘시인과 농부’ 서곡을 시작으로, 소프라노 전은정과 테너 강진모가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을 선사한다. 1부 대미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 4악장이 장식한다. 2부는 ‘2024 생거진천 전국 청소년 댄스 경연대회’ 대상 수상팀 ‘웰보스’의 축하공연에 이어 실력파 가수 정동하와 알리가 출연해 관객들과 함께한다.
강 지휘자는 “전문 연주자들과 군민 단원이 함께 만드는 앙상블은 진천군만의 특별한 문화적 자산이 될 것”이라며 “장르를 정하지 않고 군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그리고 군민들에게 사랑받는 군립교향악단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