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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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사태’ 단순 학내 문제?…“한국 사회 젠더 이슈 재점화 조짐”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갈등 속…기물 파손 책임 공방도

대학의 생존 전략 vs 여성만의 교육공간 가치 보존 ‘팽팽’

“이번 사태 둘러싼 갈등의 본질 단기간 해결 쉽지 않을 듯”

남녀공학 전환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은 동덕여자대학교가 이번에는 교내 래커칠과 기물 파손 문제로 책임 공방에 휘말렸다. 학교 측은 300여 대의 CCTV를 분석해 책임자를 가려내고 피해 배상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학교 측은 23일, 점거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확인하고 기물 파손과 관련된 가담자를 특정하기 위해 교내 CCTV 영상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처장단과의 면담에서 남녀 공학 반대 의견을 전달한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바닥에 공학 반대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시위로 인한 피해 규모가 최대 54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동덕여대에는 총 300여 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으며, 학교 측은 지난 11일부터 이어진 시위 기간 동안의 영상을 확보해 래커칠과 기물 파손 당시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시위로 인해 학내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총학생회와 학교 처장단은 오는 25일 추가 면담을 통해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는 온라인에서도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등에서는 "특정 여대 출신은 앞으로 거르겠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동덕여대 졸업생을 비하하는 발언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게시글은 시위 참가 학생의 외모를 조롱하거나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반면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시위 참가자를 옹호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설립자 흉상을 방망이로 내려치는 행동에 대해 "생명도 없는 고체 덩어리를 두고 과도하게 감정 이입한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남성들을 조롱하는 게시글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본질인 남녀공학 전환 필요성 논의는 오히려 갈등과 혐오 논란에 묻힌 모습이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와 여성의 대학 진학률 상승을 근거로 "더 이상 여대가 시대적 필요성을 갖지 못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실제 여성의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은 2015년 이후 남성을 앞질렀고, 올해 여성은 76.9%, 남성은 73.1%를 기록했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는 "여대가 여성의 불이익 해소나 사회적 조화에 기여한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대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23년 3월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1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여성가족부는 지난 9월 기준 공시 대상 기업의 남녀 임금 격차가 26.3%에 달한다고 밝혔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여대는 성평등 사회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한다"며 여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의 교육과 연구 공간은 여전히 중요하며, 남녀공학 전환은 성평등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덕여대 사태는 단순히 학내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남녀 갈등과 젠더 이슈를 재점화시키고 있다.

 

시위의 배경이 된 남녀공학 전환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와 시대적 변화 속에서 대학의 생존 전략이라는 시각과, 여성만의 교육공간으로서의 가치 보존이라는 시각이 첨예하게 맞선다.

 

오는 25일 열릴 총학생회와 학교 측의 면담이 이번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이번 사태를 둘러싼 갈등의 본질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