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와 계속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와 힘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후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줄이고 종국에는 전쟁 중단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날 홀로도모르(Holodomor) 희생자 91주기 추모일을 맞아 성명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어로 ‘아사’(餓死·굶어죽다)라는 뜻의 홀로도모르는 우크라이나가 공산주의 소련(현 러시아)의 일부이던 1933년 발생한 대기근을 의미한다.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오시프 스탈린은 우크라이나에서 사회주의 이론에 따른 농장 집단화 정책을 밀어붙였는데, 이것이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로 이어지며 서민들 중 아사자가 속출했다. 약 300만명이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 측에선 희생자가 1000만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바이든은 성명에서 “91년 전 스탈린과 소련 정권은 우크라이나인 수백만명을 살해한 강제적이고 의도적인 기근을 기획했다”며 “우리는 홀로도모르로 인해 사망한 남성, 여성, 어린이들을 기억한다”라는 말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어 “러시아는 거의 3년 동안 우크라이나 국민을 상대로 잔인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 등 세계 50개국 이상이 우크라이나 방어에 도움을 제공하면서 러시아는 결국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은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한다”며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기존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오는 2025년 1월 퇴임이 예정돼 있는 바이든이 정권교체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원조는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바이든의 발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장과 차기 미국 대통령의 ‘깜짝’ 만남 직후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와 만났다. 트럼프가 아직 공식 대통령이 아닌 당선인 신분이란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회동이라고 하겠다.
뤼터와 트럼프가 무엇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나토 대변인은 “두 지도자는 동맹이 직면한 다양한 글로벌 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짧게 밝혔다. 이를 두고 뤼터가 ‘미국 등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반면 트럼프는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을 강하게 비난하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이내에 전쟁을 종결시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다. 푸틴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등을 전제로 트럼프와 휴전에 관한 협상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