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이뤄진 효고현지사 선거는 일본에서 전국 단위 못지않은 주목을 끌었다. 관심의 초점은 사이토 모토히코(齋藤元彦) 지사였다. 사이토 지사의 사퇴가 선거의 시작이었고, 그의 당선은 결과였다. 단순한 재선이 아니다. 사퇴 전 공공연한 갑질을 일삼았다는 논란이 불거져 쫓겨났던 그가 선거를 통해 부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는 것은 드라마틱하지만 적잖은 우려를 내포한다.
파문이 불거진 것은 지난 3월이었다. 효고현 한 간부 A씨가 사이토 지사의 비위·갑질 의혹을 정리한 문서를 언론에 보낸 게 시작이었다. 그는 A씨를 징계하는 것으로 강경 대응했고, 논란이 이어지던 가운데 A씨는 고발 내용에 대한 정식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로써 파문은 효고현을 넘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급격히 악화되는 여론에 현의회가 조사에 나섰다. 현청 직원들은 사이토 지사가 시찰지에서 선물을 받거나 먼저 요구했고, 지사라는 직위를 강조하며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사이토 지사는 고조되는 사퇴 압박에 맞섰지만 현의회가 만장일치로 불신임을 결의하자 지난 9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그는 “주민들의 신임을 묻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의 사퇴로 시작된 선거에 출마했다.
파문, 사퇴, 당선으로 이어진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그러나 선거 과정이나 그 결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는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그것은 비단 효고현의 문제가 아니라 선거를 기초로 정치시스템을 구성하는 민주주의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도 보인다.
사이토 지사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는 데 일본 언론의 분석은 대체로 일치한다. 흥미로운 점은 사이토 지사 본인의 SNS 활동보다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사이토 서포터’를 자임한 다치바나 다카시(立花孝志)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대표의 유튜브 활동이었다는 지적이다. 다치바나 대표가 선거 시작 후 게재한 100개 이상의 영상은 150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해 사이토 지사 공식 SNS의 10배를 넘었다. 문제는 다치바나 대표의 동영상에는 “A씨의 죽음은 (사이토 지사와 무관한) 사적 정보의 발각을 두려한 데 따른 것”이라는 등 확인이 어려운 내용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쟁 후보에 대한 허위 정보도 있었다. 요미우리신문은 “SNS에서 확산된 진위 불명의 정보로 사이토 지사가 영웅화되고, 세력을 늘렸다. 향후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전했다. 여기엔 기존 언론을 향한 대중의 강한 불신도 내포돼 있어 정보의 건전한 생산, 유통을 어떻게 재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도 두드러진다.
다른 하나는 선거를 전후해 효고현에서 벌어진 대립, 갈등을 어떻게 처리해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사이토 지사 갑질 논란을 조사했던 효고현 의회 위원회 소속 위원이 사임했다. 사이토 지사 지지자들 중 일부의 비난, 위협에 따른 것이었다. 다치바나 대표는 해당 위원의 집에 찾아가 위원회가 사이토 지사에 유리한 정보를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인터폰을 눌러 “나와 보라”고 위협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37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사이토) 지사를 모함하고 현민의 눈을 속인 죄는 무겁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사직한 위원은 “몹시 강한 공포를 느끼고 있고, (가족들을) 피난시켰다. 여러 가지 업무에 지장이 생겼다”고 말했다. 사이토 지사를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비방을 받고 현의회 의원직을 사퇴한 이도 생겼다.
한 사회의 발전 방식, 지향점 등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선거에서 대립과 갈등은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선거 이후 그것을 극복하고,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며 어떻게든 힘을 모으는 것이다. 최근 세계 각국의 주요 선거가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부추겨 확산하는 듯한 결과로 이어지는 듯해 더욱 소중해진 가치가 아닌가 싶다. 사이토 지사는 갑질 논란, 선거 등의 과정에서 이어졌던 대립과 관련해 “선거가 끝나면 하나의 팀”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 말을 현실화시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