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한국이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봅커 훅스트라 유럽연합(EU) 기후행동 책임위원은 21일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파리 협약) 1.5도 경로에 부합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이니셔티브(계획)를 출범하면서 “우리는 다른 국가, 특히 다른 ‘주요 경제국’이 ‘강력한 NDC’를 제출해 파리협정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때 사용한 ‘주요 경제국’이란 표현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사용하는 ‘선진국’ 개념과는 구분된다. 선진국은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결성 시 ‘부속서Ⅱ 국가’에 분류된 국가들로, 한국을 포함하지 않는다. 반면 ‘주요 경제국’은 경제 규모에 따라 분류되며 한국 역시 포괄하는 개념이다. 국제사회가 기존 선진국으로 불리던 국가들을 넘어 새롭게 경제력을 갖춘 국가들에도 더 큰 책임을 묻기 위해 만든 새로운 구분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주요 경제국임에도 이 이니셔티브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24일 “아직 2035 NDC 수립을 위한 국내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를 예단하는 입장 표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계획에) 동참하지 못한 여타 다수 국가도 유사한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2035 NDC 수립을 위한 3단계 중 2단계에 와있다. 1단계는 지금 상태라면 온실가스 배출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 예상하는 수준, 2단계는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감축할지에 대한 논의를 하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2단계를 마친 뒤 내년에 3단계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NDC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내년 2월까지는 한국의 2035 NDC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해야 하는데, 기간 내에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는 게 환경부 입장이다.
국제사회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올해의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한국을 꼴찌보다 네 단계 위인 63위로 평가한 비영리 연구소 ‘저먼워치’의 테아 율리히 정책 고문은 본지와 만나 “한국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처음 설비를 설치할 때는 비용이 들지만, 그 뒤로는 비용이 거의 안 든다”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화석 연료를 퇴출하는 정책을 펼치는 게 가장 중요한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돈과 정치적 힘이 있는 나라”라면서 “그 역량을 기후 정책에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