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디지털 보험사들이 올해 이미 1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이점을 활용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인터넷은행과는 달리 보험업계는 온라인채널(CM)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그동안 주력해온 소액·단기보험뿐만 아니라 장기보험으로 영토를 확대하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 등 국내 주요 디지털 보험사 5곳은 올해 3분기 1219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회사별로 보면 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손보와 신한EZ손보는 각각 올해 3분기 누적 손실이 289억원과 14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캐롯손해보험은 364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적자는 119억원에 달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카카오페이손보는 3분기 누적 보험손실이 30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 보험사는 전화, 우편을 비롯해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을 통해 보험 상품을 판매·운용하는 보험사를 의미한다. 신한EZ손보와 하나손보는 종합보험회사이지만 디지털 종합보험사를 표방하고 있어 통상 디지털 보험사로 분류된다. 이들은 정보기술(IT)의 발달과 젊은 세대를 겨냥해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디지털 보험사가 처음 문을 연 이후로 흑자를 달성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한발 앞서 2017년 출범한 인터넷은행들이 이번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은행업계의 ‘메기’ 역할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디지털 보험사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영업 채널의 한계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보험 상품의 경우 계약기간이 길고 상품 내용 또한 복잡하기 때문에 설계사를 통한 대면 판매가 많이 이뤄진다. 그러나 디지털 보험사는 수입보험료 90% 이상을 비대면으로 모집해야 하는 등 보험업법상 대면 영업이 제한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오히려 상품 판매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디지털 보험사들은 소액 단기보험 등 미니보험 위주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이들 상품은 고객층을 비교적 쉽게 확대할 수 있지만 수익성이 높지 않다.
이에 따라 최근 디지털 보험사들은 기존 주력상품인 미니보험을 다양화하는 한편 장기보험으로 새 활로를 찾고 있다. 특히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서는 장기보험 계약을 늘리는 것이 수익성 확보에도 유리하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 5월 첫 장기보험인 ‘영유아보험’을 출시한 데 이어 8월에는 6~15세 초·중학생 전용 보험 상품 ‘무배당 초·중학생보험’을 내놓았다. 카카오페이손보는 그동안 해외여행보험 등 ‘미니보험’에서 확보한 고객들을 기반으로 장기보험까지 시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손보도 대면영업 채널과 장기보험을 확대하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하나손보는 종합손해보험회사 라이선스를 보유해 비대면 모집 90%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올해 들어 디지털 기반의 소액 단기보험 상품을 절반가량 줄였으며 대신 장기보험을 늘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는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은행과 달리 보험사들은 조직 구성이나 상품 판매를 위한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적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면서 “디지털 전환은 보험사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권의 흐름이기 때문에 실적이 나쁘다고 해서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상품 판매 다양화 등을 통해 수익 개선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