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종전 협상서 주도권 잡기… 러·우크라 치열한 수싸움

미사일 동원해 공격 수위 올려
“푸틴, 트럼프와 휴전 논의 의향”
젤렌스키 “트럼프 제안 기다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미사일을 동원해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전황을 바꾸기보다 향후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주고받은 미사일 공격으로 양측의 전투는 “지상전에서 미사일을 앞세운 냉전 시대 스타일의 ‘벼랑 끝 전술’로 초점을 옮겨갔다”고 짚었다. 다만 이들의 미사일 각축전은 “지상의 전선에 눈에 띄는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고, 군사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EPA연합뉴스

NYT는 이번 미사일 공격들이 향후 진행될 종전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속한 종전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협상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양측이 미사일을 앞세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전날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담당 특사’ 자리를 신설해 외교·안보 분야 책사인 리처드 그레넬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양국 정상들도 ‘종전 카드’를 의식하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국영통신 우크르인폼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의 전쟁을 내년에는 끝낼 수 있다면서 종전과 관련한 트럼프 당선인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최근 러시아 전·현직 관리 5명의 말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휴전 협정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비상사태부가 제공한 사진에 21일(현지시각) 구조대원들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의 한 주택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들의 미사일 공격이 실제로는 상대국에 치명상을 입힐 수준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러시아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드니프로로 날려 보낸 신형 중거리미사일 ‘오레니시크’에는 폭발성이 없는 가짜 탄두가 장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의회 국방정보위원장인 로만 코스텐코 의원은 “만약 미사일이 정말 비어있는 상태로 발사됐다면, 우리는 이것이 완전히 ‘보여주기’ 용도의 공격이었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서방의 미사일도 러시아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19일 러시아 본토 타격에 처음 사용한 미국의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의 경우 현재 100기 이하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 분석가 세르히이 흐라브스키는 이 같은 미사일 수는 전황에 영향을 줄 정도의 물량은 아니라고 짚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