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신사업 한다던 상장사 10곳 중 3곳 “실적 0”

금감원, 2023년 공시 86개사 현황 분석

이차전지·AI 등 신사업 추가 해놓고
31%인 27곳, 관련 사업활동 전혀 안해
11곳은 미추진 사유 반기보고서에 누락
유의미한 매출 기업 비중은 고작 9%뿐

주가 띄우기·대규모 자금조달에 악용
당국, 불공정거래 혐의 15개사 적발도
“사업 역량 갖추고 있는지 잘 확인해야”

지난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가상자산 등 테마 업종에 편승해 주가를 띄운 상장사 상당수가 실제로는 관련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시를 통해 신사업을 추가한 상장사 10곳 중 3곳은 관련 사업을 전혀 추진하지 않았고, 유의미한 매출을 낸 곳은 10%에도 못 미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5일 금융감독원이 올해 반기 보고서를 토대로 지난해 7개 테마 업종을 신사업으로 추가한 86개 상장사의 관련 사업 현황을 실태 분석한 결과 27곳(31%)은 관련 사업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7개 테마 업종은 이차전지, AI, 로봇, 대체불가능토큰(NFT)을 포함한 가상자산, 메타버스, 신재생에너지, 코로나19다.

신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27곳 중 11곳은 미추진 사유를 반기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5개사는 ‘검토 중’, 4개사는 ‘경영환경 변화’를 이유로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신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회사는 코스닥 상장사가 24곳으로 코스피(3곳)보다 많았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사실상 열악한 재무상황을 겪으면서 신사업을 홍보했다. 13곳(48.1%)은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겪고 있었고, 7곳(25.9%)은 자본잠식을 겪었다. 9곳(33.3%)은 횡령이나 배임,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11곳(40.7%)은 공시 지연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다.

신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시한 86곳 중 관련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상장사는 16개사(18.9%)에 불과했다. 이 중 다른 사업 매출과 구분할 수 있거나 테마 관련 기술을 접목한 주요 제품에서 매출이 발생한 상장사 등을 추리면 고작 8곳(9.3%)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감원은 신사업 발표 직후 주가가 급등한 이들 기업에 대해 지난해 이후 조사·감리한 결과 15곳에서 불공정 거래 혐의를 발견하고 관련자 82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5곳에는 과징금 조치가 완료됐다.

이들 회사는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과 무관하게 지난해 유행 중인 신규 사업 진출을 불공정 거래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거나 전문가 영입, 업무협약(MOU) 체결, 페이퍼컴퍼니 인수 등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는 식이다.

실제로 A사는 해외 유명 회사 창립 멤버를 이사로 선임한 뒤 사업목적에 백신 사업 등을 추가하면서 허위과장된 내용의 공시를 내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B사는 급조한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제3자 배정자로 지정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한다며 허위공시를 냈다.

최근 상장사가 타깃으로 삼은 신사업 테마는 이차전지가 가장 많았다. 금감원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7개 테마 업종을 신사업으로 추가한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를 사업으로 추가한 회사가 각각 56곳, 41곳으로 가장 많았고 AI(28곳사), 로봇(21곳), 가상자산(19곳), 메타버스(9곳), 코로나19(2곳)가 뒤를 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추진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회사가 신사업을 지속 추진할 수 있는 재무·경영 안정성, 내부통제 역량 등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보고 정기보고서를 통해 실제 사업 추진 여부 및 경과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투자자에게 당부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