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정명훈 선생님을 만났을 때는 마냥 설레고 신이 났어요.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한 무대에서 만나게 되니 그때와는 다른 설렘을 느낍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24·사진)은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11년 전 정명훈(71) 지휘자를 처음 만났을 때 “선생님께 음악을 대하는 태도 등 많은 부분을 배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이수빈은 초등학생이던 2013년, 정명훈이 지휘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어린이날 야외 음악회에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을 협연했다. 당시 19세였던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무대에 올랐다.
이후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이 다음달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재회한다. 정명훈이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의 협연자로 이수빈을 발탁하면서다. 이 오케스트라는 정명훈이 2017년 ‘음악을 통해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기치로 창단한 프로젝트 악단이다. 국내 오케스트라 전현직 단원과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연주자 등으로 꾸려 해마다 한 차례 정기공연을 하고 있다. 조성진(2017년)과 임윤찬(2022년) 등 스타 연주자들이 협연자로 함께했다.
정명훈이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의 여덟 번째 협연자로 이수빈을 낙점한 데는 누나 정경화(76)와의 인연도 작용했다. 정경화는 이수빈이 2위를 차지했던 2012년 예후디 메뉴인 국제바이올린콩쿠르 연주 영상을 본 후 놀라 이듬해 자신이 예술감독으로 있던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초청했다. 이후 각별한 사이가 됐다. “정경화 선생님은 저의 멘토(지도자)와 같아요. 제가 질문이나 고민이 있으면 자기 일처럼 상담해 주고 챙겨주십니다.” 이수빈을 정명훈에게 소개한 것도 정경화다.
이번 공연에서 들려줄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수빈과 인연이 남다르다. 2014년 러시아 영차이콥스키 콩쿠르(2위)와 지난해 3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몬트리올 국제콩쿠르 결선에서도 연주한 곡이다. “바이올린을 위해 가장 잘 쓴 작품이라 바이올리니스트에게는 ‘꿈의 협주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레의 우아함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깔이 잘 담겨서 연주할 때 이 곡만큼 흥분되고 만족감을 주는 곡이 또 있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