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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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꼬이는 영풍… MBK, 10년 내 고려아연 매각 ‘가능해? 못해?’

영풍, ‘공시 진위 논란’과 관련 입장문

강성두 영풍 사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MBK와 설립 중인 펀드가 10년(운영)을 확약했다”며 “단기에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수 없다”고 한 발언을 둘러싸고 후폭풍이 거세다.

 

 

MBK와 영풍이 공시한 경영협력계약에는 해당 내용이 없어 ‘공시’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26일 영풍이 급하게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어정쩡한 설명이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모양새다.

 

이날 영풍은 ‘공시 진위 논란’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강 사장이 해당 인터뷰에서 'MBK가 10년간 고려아연 주식을 못 판다'고 명시적으로 말한 게 아니다”라며 “(강 사장의 발언은) 사모펀드의 투자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이 트렌드라는 점 등을 설명하며 MBK의 이번 투자는 ‘장기적인 투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영풍의 해명이 오히려 강성두 영풍 사장의 인터뷰 발언의 모순을 더욱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영풍이 MBK에 대한 아무런 강제 장치나 법적 근거도 없이 마치 10년간 장기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언론에 얘기하며, 주주와 시장, 국민을 호도하다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말을 뒤집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양측이 공시한 경영협력계약에는 영풍은 10년간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는 내용은 있지만, MBK가 특정 기간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MBK는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하면서 영풍이 소유한 고려아연 주식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공동매각요구권’이라는 특별한 권한까지 가지고 있는 만큼 MBK는 언제든 단기에 고려아연을 중국을 비롯해 해외 등 제3자에서 팔 수 있고, 동시에 영풍이 소유한 지분까지도 넘기도록 강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에서 ‘조회공시’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의 핵심에 대해 전혀 해명이 이뤄지지 않는 점이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영풍과 MBK가 공시한 경영협력계약대로 MBK는 단기에 언제든지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할 수 있는지, 아니면 MBK가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하지 못하는 기간이 있는지, MBK-영풍간 경영협력 계약의 콜옵션과 풋옵션 등 세부내역이 영풍과 고려아연 주주 및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 여러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MBK 6호펀드에 출자한 중국 자본 등 해외 출자자(LP)들이 문제 제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강성두 영풍 사장의 ‘10년 확약’ 발언은 MBK에 투자한 LP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황당해할 만한 발언”이라며 “본인 돈이 10년 동안 묶여 있는 걸 좋아할 만한 LP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여러 논란이 증폭되고 있고, 의혹과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만큼 영풍이든 MBK든 고려아연 엑시트 기간을 포함한 경영협력계약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풍과 MBK가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고, 최초 언론에 얘기했던 것과 달리 여러 차례에 걸쳐 공개매수가격을 변경한 점, 그리고 영풍과 MBK가 기업 운영 과정에서 보여줬던 여러 거짓말로 인해 시장의 신뢰를 크게 잃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