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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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업의 본질서 출발…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 최선” [대한민국 ESG 경영 리포트]

김혜영 ESG팀장

“원물 들여오는 과정부터 폐기물까지
물건 판매 했으면 끝까지 책임질 것”

지난해 8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 결정을 앞두고 수산물에 대한 공포심이 온 나라를 뒤덮었다. 대형마트의 수산물 매출은 50% 이상 뚝 떨어졌고, 어민들의 생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아, 마트의 본질은 믿을 수 있고 건강한 제품을 유통하는 거구나.”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슈퍼 본사에서 만난 김혜영(사진) ESG(환경·사회·지배구조)팀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바다를 향한 우리의 ‘진심’을 담은 활동을 해보자고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댔다”고 말했다.

 

안전한 수산물을 제공하는 일은, 곧 안전한 바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다애(愛)진심’ 프로젝트다.

 

혹자는 이윤 추구가 존재 이유인 기업이 ESG활동에 돈을 쓰는 일은 사치이자 모순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 팀장은 ESG는 회사의 업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ESG는 업의 본질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며 “마트의 업은 좋은 상품을 고객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 함께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파트너사와 함께 성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SG를 잘하면 회사의 사업도 잘되고, 반대로 회사의 사업이 잘될수록 ESG도 강화될 수 있도록 회사의 방향성에 맞춰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물건을 파는 곳이잖아요. 판매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물을 들여오는 과정부터 고객에게 판매하고, 그리고 폐기물이 버려지기까지.”

 

그렇게 일 년간 전국 각지의 바다를 누볐다. 해변을 누비며 쓰레기를 주웠고, 바다 깊은 곳에는 숲을 조성했다. 바다를 정화하는 일을 넘어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각종 장비를 어촌에 기부하며 동반성장과 상생까지 챙겼다. 미래세대를 위한 해양생태 교육도 빼놓지 않았다. 마트에 쌓아둔 플라스틱 패키지도 종이 같은 친환경 소재로 바꿨다.

 

진심은 통했다. 지난 10월 수산물 구매 시 금액의 1%를 해양 환경 개선 활동에 기부한다는 캠페인을 펼치자 고객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가치 소비’ 확산으로 바다 생태계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아지면서 이 기간 수산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신장했다. 조성된 기금 3000만원은 생분해성 그물에 쓰여 전북 군산시 장자도 조업 현장에 전달됐다.

 

캠페인 시작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각종 상도 휩쓸었다. 지속가능 어업을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4월 ‘제4회 유통 상생대회’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9월엔 ‘제16회 자원순환의 날 기념식’에서 환경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연말에도 굵직한 수상 일정들이 남아있다.

 

김 팀장은 ‘바다애진심’은 사실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해양생태계 복원은 하루 이틀 만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는 국경을 넘나드는 공간인 만큼 내년부터는 롯데마트가 진출한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도 바다에 대한 진심을 보여줄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권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