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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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檢 힘빼기’ 다시 입법 공세

이재명 위증교사 무죄 하루 만에
檢 저격 법안 법사위 소위 상정
‘검사 탄핵안’ 12월 초 처리 방침

野, 검사 무고죄·법 왜곡죄 추진… 법조계 “수사 위축 우려”

“혐의 알고도 수사 않을 땐 처벌”
김여사 겨냥 ‘법 왜곡죄’ 등 안건

“검사 무고죄 등 법 요건 불명확
정치인 고소·고발 남발 불보듯”
법무부·법원행정처, 의견서 제출
중앙지검 차장단 “탄핵 남용 중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 선고로 한시름 놓은 야권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입법 공세를 재개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중심이 돼 발의한 각종 ‘검찰 힘 빼기’ 법안을 앞세워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 재판 5개를 받으면서도 민생 행보를 이어가며 ‘탄압받는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그를 따르는 의원들은 입법권을 활용해 공세를 펼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김건희특검법 거부권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언주 최고위원, 조계원 의원, 박 원내대표, 이정헌 의원, 이건태 의원. 뉴시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6일 당 회의에서 전날 이 대표의 무죄 판결과 관련해 “애초부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의 말도 안 되는 보복수사와 억지 기소였다”며 “지난 2년 6개월 내내 야당만을 표적으로 삼은 윤석열 정치검찰의 무도한 정치사냥은 머잖아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내정책수석 부대표인 김용민 의원은 “검찰의 수사권 회수를 넘어 이제 보니 기소권도 민주적 통제하에 둬야 한다는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고 가세했다.

 

이 대표가 위증교사 1심 무죄를 받은 지 하루 만인 이날, 야당이 다수를 점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심사 제1소위에 민주당이 발의한 각종 검찰 저격 법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대표적인 것이 형법 개정안 2건(검사무고죄, 법왜곡죄)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검사무고죄는 법안 명칭에서부터 ‘검사’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검사가 피의자를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증하도록 강요하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을 마치고 최고위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오고 있다. 뉴스1

이건태 의원이 발의한 법왜곡죄는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도 수사·기소를 하지 않거나 법을 왜곡해 적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이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기소가 “정치검찰에 의한 왜곡수사 결과”라고 주장하는 야당의 시각이 반영됐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을 불기소처분한 것을 계기로 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야권 내 목소리가 커졌다.

 

피의사실공표금지법은 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혐의를 외부에 공개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가 기소되기 전 각종 의혹이 보도된 것을 염두에 둔 법안이다. 이 밖에 김동아 의원은 구속 피의자를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냈다.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연어 술파티’ 의혹을 정조준한 법안이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청사 내에서 사건 관계자들에게 연어회를 곁들인 술상을 차려주며 원하는 진술을 얻어내려고 회유했다는 것이 의혹의 주요 내용이다. 실제 검찰청사 내에서 그런 파티가 열렸는지는 증명되지 않았다.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달 29일 2심 선고 예정이다.

 

아울러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발의한 전자정보 압수수색 제한법도 안건에 올랐다. 전자정보에 대한 ‘수색’과 ‘압수’를 분리하고, 수색만으로 수사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경우 압수는 하지 말라는 법안이다.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 무마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 대표는 다음 달 12일 대법원 판결만을 앞두고 있다.

 

◆법조계 “정치인 방탄法”

 

법무부는 이들 법안의 입법이 현실화할 경우 정상적인 수사 활동까지도 위축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수사 대상이 된 피의자가 검사에 대한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등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검사가 일정한 사실을 진술하도록 위계 또는 위력을 행사하는 것을 처벌하는 검사무고죄는 해당 사실이 진실일 경우에도 처벌하겠다는 것인지 등 법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는 이 같은 우려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법조계와 수사 일선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런 죄명을 만들어 놓으면 정치인들이 조사를 받을 때 검사를 다 고소?고발할 게 뻔히 보인다”며 “고소를 당한 검사는 직무에서 배제될 텐데 그러면 수사가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 일선 검사도 “계속해서 (검사들에게) 불리한 정책이나 일선과 동떨어진 정책이 나오니까 자포자기하는 심정”이라며 “주어진 환경에서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일선에 대한 이해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분명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 속 민주당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탄핵소추안도 다음 달 2일 본회의에 보고한 뒤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뉴스1

◆與 “보복성 검사 탄핵 멈춰야”

 

여당은 야당의 ‘이재명 수호’ 장외집회 및 보복성 검사 탄핵 기조를 강력 질타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야당을 향해 “진심으로 공존의 정치를 바란다면 국정을 흔들고 마비시키는 야외 방탄집회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가 전날 무죄 선고 이후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정치가 되면 좋겠다”고 밝힌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이창수 지검장을 비롯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 소추를 예고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탄핵 소추를 철회하는 것이 보복의 정치에서 공존의 정치로 넘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표 개인의 송사는 개인 이재명에게 일임해 법리적 판단은 사법부에 맡겨두고, 휴일의 거리는 시민들께 돌려드리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뉴스1

서울중앙지검 박승환 1차장검사와 공봉숙 2차장검사, 이성식 3차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서울중앙지검장 등 탄핵 소추 방침에 대한 입장’이란 글을 올려 “검사들에 대한 위헌적, 남용적 탄핵 시도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배민영·유지혜·유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