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사행성이 짙은 가상자산을 상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코인은 선거, 스포츠 등 자체 온라인 베팅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거래소들이 자사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코인을 상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행성 논란 드리프트 코인
26일 업비트에 따르면 ‘드리프트(DRIFT)’ 코인은 지난 8일 업비트 원화 거래소에 상장했다. 이 코인은 조세회피처로 흔히 등장하는 케이맨제도에서 지난 5월 발행된 코인으로 자사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베팅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리프트가 운영하는 온라인 베팅은 스포츠, 선거, 가상자산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승부예측을 하고 스테이블 코인(달러와 가치가 연동된 가상자산) 또는 가상자산을 걸면 결과에 따라 베팅 금액을 얻거나 잃는 형식이다. 사실상 온라인 사설 도박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대선 기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 카멀라 해리스 대통령 후보의 당선 결과에 대한 베팅이 이뤄졌다. 이 베팅에 걸린 금액만 2366만달러(330억원)에 달했다. 지난 9월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인지에 대한 베팅이 열렸고 미국 레이싱 경기인 ‘포뮬러 원’(F1)에서 우승자를 예측하는 베팅부터 복싱 경기 승리자에 대한 베팅까지 도박 사이트와 다름없는 베팅이 해당 코인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코인이 거래되고 있는 업비트에서는 이 같은 사행성에 대한 주의나 안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비트 내에서 제공하는 코인 정보에는 드리프트 코인이 트레이드, 대출·대여, 보상(리워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돼 있을 뿐 베팅에 대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가상자산 설명서인 백서에도 드리프트의 베팅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담겼지만, 거래소는 이를 투자자에 알리지 않았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드리프트의 전체 거래량의 20%가 국내 업비트에서 나왔다.
5개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가 모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는 지난 7월부터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만들어 코인 상장에 대한 자율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범사례에는 가상자산이 테러 자금 조달, 법규 우회 등 위법행위에 사용할 목적으로 설계됐거나 이런 목적으로 주로 이용되거나 이용될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를 거래지원 부적격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각 거래소는 백서의 주요 내용도 홈페이지에 한글 자료로 제공해야 한다.
업비트 관계자는 “거래 지원하기 전에 드리프트 거래지원이 현행 법규 위반인지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를 모두 마쳤고 위법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가상자산 드리프트 전체 사업에서 BET(온라인 베팅)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최근 가상자산 가격 급등으로 거래소들이 상장 코인을 늘리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가상자산 변동성이 낮았던 올해 1~3월 업비트에 상장된 코인 수는 5개에 불과했지만, 비트코인이 급등한 10~11월에는 10개의 코인이 상장했다. 여기에는 캣인어독스월드(MEW), 페페(PEPE), 봉크(BONK) 등 가격 변동성이 높아 투기성이 짙은 밈코인이 다수 포함됐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거래소 상장에 대한 법적 규제 근거가 없는 상황이니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코인들의 상장이 잇따르고 있다”며 “코인의 상장, 유통, 공시 등을 다룬 2단계 법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10대그룹 국내 내부거래 195조
지난해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이 3년 만에 감소 전환했다. 회사 내부거래 비중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올라가는 흐름을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지정된 88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작년 국내외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32.5%, 금액은 704조4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12.8%(277조9000억원), 국외 계열사와는 19.7%(426조5000억원)였다.
이 가운데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한화, GS, HD현대, 신세계, CJ)의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금액은 194조8000억원이었다. 2022년(196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1조6000억원 감소했다. 이로써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만, 이들 10대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14.5%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전체 평균보다 1.7%포인트 높았다. 전년과 비교해도 0.6%포인트 상승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한 집단은 한화(1.8%포인트), 롯데(1.7%포인트), 삼성(1.3%포인트) 순이었다.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현대자동차(2.0%포인트)였다. 현대차는 10대 기업 중 유일하게 5년 연속 내부거래 비중이 올랐다. 반면 LG는 10대 기업 중 유일하게 5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7.3%까지 떨어졌다. 국내외 계열사 전체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집단은 셀트리온(65.0%)이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향도 유지됐다. 지난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1.0%였다. 지분율 30% 이상은 14.6%, 50% 이상은 17.1%, 100%는 26.0%로 상승했다. 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1.9%, 30% 이상은 23.5%, 50% 이상은 29.0%, 100%는 24.0%로 각각 집계됐다.
◆ 보험사 순익, 9월까지 13.4조
올해 3분기까지 국내 보험사들의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손해보험사들은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 등으로 호조를 보였다.
금융감독원이 26일 발표한 올해 1~9월 보험회사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22곳, 손보사 31곳의 9월 말 기준 누적 순이익은 13조39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5624억원(13.2%) 늘었다.
손보사는 8조907억원으로 9668억원(13.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5대 손보사의 누적 순이익은 약 6조7000억원으로 18%가량 늘었다. 특히 5대 손보사 모두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릴 수 있는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한 결과로 분석된다.
생보사의 순이익은 5조3076억원으로 5956억원(12.6%) 증가했다.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로 보험 손익이 개선됐고, 이자·배당수익 등 자산운용수익 증가로 투자 손익이 좋아진 데 따른 결과이다. 삼성생명은 2조421억원으로 40.9% 늘었고 교보생명(별도 기준)도 9399억원으로 26.5% 늘었다. 한화생명은 순이익이 7270억원으로 13.9% 줄어 ‘빅3’ 중 유일하게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이는 금융당국 제동으로 단기납 종신보험 영업 실적이 작년에 미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체 보험사의 3분기까지 수입보험료는 170조949억원으로 7조7824억원(4.8%) 증가했다. 생보사는 80조8313억원으로 4조3724억원(5.7%) 늘었고, 손보사는 89조2636억원으로 3조4100억원(4.0%)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