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한국식 시나리오’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분쟁을 동결하는 모든 방안을 강력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타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0차 독립국가연합(CIS) 안보·정보기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한국식 시나리오든 다른 방식을 따르든 분쟁을 동결하는 어떠한 제안도 단호히 거부한다”며 서방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을 동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거론되는 것은 러시아가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견고하고 장기적인 평화’가 필요하다”며 “이 평화는 무엇보다 러시아, 러시아 시민들을 위해 보장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분쟁을 일으킨 핵심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관련해 한국전쟁을 마무리한 한국식 휴전이나 현 상태를 동결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것에 대해 “러시아는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러시아에 유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는 또 미국의 조치에 대응해 아시아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의 공군기지를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워존은 우크라이나가 25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00㎞ 떨어진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의 칼리노 공군기지를 에이태큼스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9일 러시아 브랸스크 군사 시설을 애이태큼스로 공격한 데 이어 이날 두 번째로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를 활용한 러시아 공격을 허락했음을 공식 확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의 긴장 고조 행위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서의 무기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프랑스·이탈리아·영국·폴란드 국방장관 회의 후 밝혔다.
이에 맞서 러시아와 북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통신 UNN은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DIU)을 인용해 북한이 KN-23과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00여발을 러시아에 제공했으며, 발사대 유지보수를 위해 군 전문가들을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KN-23과 KN-24는 각각 러시아의 이스칸데르-M, 미국의 에이태큼스와 유사한 전술유도탄으로 북한 명칭으로는 ‘화성-11가’와 ‘화성-11나’에 해당한다.
DIU는 26일 엑스(X·옛 트위터)에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의 무선 통신을 감청했다며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이 음성파일에는 북한말로 동료에게 빨리 나오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DIU는 이 대화 내용이 언제 감청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대한 공격으로 북한군 500명이 사망했다는 보도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