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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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인류와 AI가 협력하여 기후변화 맞서기

AI로 기후변화 데이터 수집
대규모 생태계 복원 등에 성과
혁신적 도구로 자리 잡았지만
기후 해결 열쇠는 인간에 달려

인류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폭염, 홍수, 가뭄, 산불 같은 재난이 점점 더 잦아지고 강력해지면서 이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이 위기 속에서 새로운 해결책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 AI다. 그런데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AI가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최근 AI는 산림 파괴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복구 계획을 세우는 데 활용되고 있다. AI 드론이 아마존 열대우림의 고립된 지역을 스캔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장 효과적인 복구 전략을 설계한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AI는 탄소 배출을 정밀하게 추적하고 예측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보여준다. 구글의 AI 기반 플랫폼은 전 세계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도시별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정책을 제안한다. 정책 입안자들이 더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후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러한 예측과 추적 능력이 개선될수록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가능성도 커진다.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데도 AI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동되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큰 과제다. 독일에서는 AI를 활용해 풍력 발전소의 출력 변화를 예측하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전력망의 효율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더욱 확대하는 데 기여한다.

AI는 기후변화 연구에서도 중요한 돌파구를 제공한다. IBM의 AI 기술은 극지방 해빙 데이터를 분석해 해수면 상승을 더 정밀하게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해안 도시들이 침수 위험에 대비하고 장기적인 인프라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하다. 이처럼 AI는 복잡한 기후 모델을 개선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생태계 복원에서도 AI는 혁신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AI 기반 드론은 무분별한 벌채로 황폐해진 산림 지역을 스캔해 최적의 복원 계획을 수립하고, 자동으로 나무를 심는다. 이러한 기술은 인간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했던 대규모 복원을 가능하게 만든다. 특히 시간이 중요한 환경 복원 프로젝트에서 AI는 빠른 분석과 실행 능력을 통해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많은 개발도상국은 환경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부유한 국가에서는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반면, 빈곤한 국가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격차가 발생한다. 데이터의 편향은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AI 자체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점도 문제다.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전력은 또 다른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또 다른 과제는 기술 의존의 위험이다. AI가 기후변화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환상은 소비와 생산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AI는 도구에 불과하며, 기후변화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뿐만 아니라 인간의 적극적인 의사 결정과 행동이다. 지나치게 기술에 의존하다 보면 진정한 변화를 위한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AI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기후 위기를 해결할 열쇠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게 달려 있다.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더 나은 정책과 전략을 세우는 것은 인간이다. 동시에 AI가 가진 한계와 윤리적 과제를 직시하며 이 기술을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기 위한 논의도 병행되어야 한다.

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이제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AI는 기후변화와의 전쟁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그 무기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기술과 인간의 협력이야말로 기후 위기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열쇠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