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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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견제냐 트럼프 공조냐 우크라 무기지원 딜레마 [뉴스 분석]

尹대통령, 우크라 특사단 접견

특사단, 전황·北 파병군 동향 설명
尹에 ‘방공시스템’ 지원 요청한 듯
“北·러간 기술 이전 정보 공유 지속”
정부, 트럼프 눈치보기… 입장 못 밝혀
北·러 협력 견제 카드로 남겨둘 수도

우크라 지원 딜레마

트럼프 2기와 교감없이 지원 부담
우크라 재건사업 고려… 무시도 못해
공식적 종전안 나오지 않은 상황서
무기지원 외 장비·경제 원조 고려 등
전략적 득실 따져 신중 접근할 때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특사단을 보내며 ‘무기지원 요청’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맞서 살상용 무기지원 가능성을 시사해 왔지만, 전쟁 종식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진전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와의 관계, 우크라이나 종전 또는 휴전 이후 대러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운신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기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것 역시 실제 지원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러시아가 북한과 협력을 강화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성격이었을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안보 상황이 위태롭다”며 “감정적인 성급한 판단보다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냉철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파견한 특사단을 접견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특사단은 이날 오전 폴란드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국방부 청사 도착한 우크라 국방 우크라이나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한 중인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왼쪽)이 27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용산 국방부 청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특사단 일행을 환영하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 군사협력으로 인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양국이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특사단은 윤 대통령과 전황에 관한 정보 등을 교환했고 무기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자주포와 포탄뿐만 아니라 천궁 지대공 미사일 등 한국의 방공시스템 지원을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특사단은 대통령을 예방한 후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차례로 만나 양국 간 협력을 논의했다. 우메로우 특사는 그간 우리 정부의 다양한 지원에 대해 사의를 표하며 최근 우크라이나 전황과 북한 파병군 동향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양국은 앞으로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북·러 간 무기, 기술 이전 정보 공유를 지속하며 우방국들과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러시아 독립 언론이 공개한 파병 북한군 추정 동영상. 연합뉴스

그동안 정부는 바이든 미 행정부의 기조에 맞춰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주의적, 경제적 지원을 이어왔다. 특히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이 드러난 이후 살상용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더 유연하게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고,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도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무기지원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무기지원을 하면 방어 무기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러 군사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별로 대응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나온 것도 이때다. 그 기준점은 북한군이 실제 전장에서 전투에 참여하느냐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단계적 조치의 결정적 기준은 북한군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전투 개시”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식하겠다며 국제사회에 압박을 가하자 정부 내부적으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개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왈츠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최근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한국의 개입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확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힌 것도 우리 정부에겐 부담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크라이나 특사단이 방한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도 그동안 특사단이 한국에 오면 그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포탄을 나르는 우크라이나 병사들. AFP연합뉴스

다만 특사단의 방한 전날까지도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방한 여부를 부인도 확인도 하지 않은 것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입장을 낼 수 없는 정부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대해 국방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에 참관단을 파견하는 방안도 나오지만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원하는 것이 아닌 우리 정부가 필요해서 검토하고 있는 방안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무기지원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러시아가 북한에 핵심 군사기술을 이전하는 등 군사협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선택지로 남겨둘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국방연구원 두진호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북한군 1만명을 파병했고 추가 파병 가능성도 커 궁극적으로 한국의 안보 위협이 되는 사안인 만큼 무기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옵션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한다”면서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은 러시아가 북한과 협력을 심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최근 한국의 무기지원을 차단하기 위한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타격에 자국산 미사일 사용을 허가하는 등 전장 상황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한국의 무기지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장 상황도 복잡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출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 종전안이 나오지 않았으니 지금은 좀 더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상황이 아닌가”라며 “특사단과 무기가 아닌 장비 지원이나 경제적 지원 등을 논의할 필요는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한 지원 형태로 길을 터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현모·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