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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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힘모아 첨단기술 융합… 미래 농업의 ‘청사진’ 그린다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농진청, 미래 혁신 프로젝트 본격화

디지털 육종·밭농업 기계화 등 골자
융복합 협업 대표 프로젝트 14개 추진
배추 저장기간 2배 확대 연구도 포함
가루쌀산업 활성화 신품종 개발 눈길

위성·AI·로봇기술 적용 시스템 구축 등
중장기 미래농업 혁신 4대 사업 팔걷어
대체 단백질 개발 등 푸드테크 혁신도
“개방형 민관 협업 등 조직 역량 강화”

농촌진흥청이 우리 농업의 체질을 바꿔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변모를 추진한다. 농업·농촌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 혁신을 위한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육종과 밭농업 기계화, 가루쌀산업 활성화 등 장기 과제와 함께 배추 저장 기간을 2배 늘리는 연구 등 당장 해결해야 할 난제를 동시에 풀어낸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농업 융·복합 연구·개발(R&D)에 3500억원을 투입, 14개 협업 대표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했다.

농진청은 융복합 및 민·관 협력 강화로 농업 R&D 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농업연구개발 혁신방안’을 추진한다고 최근 밝혔다. 권재한 농진청장은 “윤석열정부의 농업 분야 주요 국정과제 성과 창출에 기여하고, 농업·농촌 주요 현안의 조속한 해결과 농업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8월 강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배추 재배 연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밭농업 기계화하고… 배추 저장 기간 2배로

혁신방안에는 첨단기술 융합과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 협업 대표 프로젝트, 일하는 방식의 혁신, 조직역량 강화 등이 포함됐다. 특히 융복합 협업 대표 프로젝트는 14개를 추진하고 예산 3506억원(정부안 기준)을 투자할 계획이다.

14개 프로젝트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책 지원·현안 해결 10대 프로젝트’와 ‘미래농업 혁신 프로젝트’로 구분된다.

먼저 10대 프로젝트에는 현재 우리 농업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R&D 과제가 대부분 포함됐다. 농진청은 이들 프로젝트를 통해 품종 개발의 모든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한다. 내년에 디지털 육종 플랫폼을 구축하고 2027년까지 59개 품목별 핵심 집단 유전체, 표현체 등 표준화된 육종 정보를 개발해 민간에 공유한다. 이를 위한 ‘민관 협력 디지털 육종 협의체’도 운영한다.

스마트 농업기술 혁신을 위한 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통합 솔루션 개발 목적으로 재배환경과 작물생육 데이터 수집을 현행 19개 품목에서 21개로 확대한다.

농촌의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밭농업 기계화도 추진한다. 내년에는 양파와 배추 정식기(모종을 밭에 심는 데 쓰는 기계) 등 농기계 7종을 우선 개발하고, 2027년까지 무, 고구마 수확기 등 4종을 추가한다. 이를 통해 주요 8개 작물(마늘·양파·배추·고추·감자·콩·고구마·무)의 생산 전 과정에 맞춘 기계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밭농업 기계화 R&D 촉진을 위해 내년에는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인력과 예산을 대폭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가루쌀산업 활성화를 위한 신품종을 개발하는 한편 국산 농산물을 식·의약 소재로 개발해 수입원료 대체와 고부가가치를 창출도 꾀한다. 또 농업 기상재해 조기경보 서비스를 현재 전국 110개 시·군에서 155개로 확대한다. 기상재해, 병·해충, 토양정보 등 개별적인 서비스도 통합해 원스톱 정보로 제공한다.

 

지난여름 ‘수급대란’을 겪었던 배추 관리에도 주력한다. 현재 40여일 수준인 저장 기간을 2배(80∼90일)까지 늘릴 수 있는 기술을 내년 ‘봄배추 비축 산지유통센터(APC)’에 실증하고, 2026년부터 본격 적용한다.

로봇이 스마트 온실에서 생산량 측정 및 수확량 예측을 위해 토마토 재배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농업의 디지털 전환… 조직역량 강화도

민관 파트너십 기반 중장기 미래농업 혁신 4대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위성·AI·로봇 기술을 적용해 정밀한 농업 시스템을 구축한다. 농업위성의 정밀관측 시스템으로 농경지와 농작물 작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민간 첨단기술을 접목한 자율주행 정밀수확 로봇과 안전강화 근력보조 웨어러블 로봇 등을 농업에 접목한다.

식물과 가축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능성 고부가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생태계)과 농업용 플라스틱 ‘제로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부가 바이오 소재산업 활성화를 위해 농생명공학과 합성생물학 등 첨단 바이오 융합기술 개발도 이뤄진다. 개인 맞춤형 식품과 대체 단백질 개발 등 푸드테크 기술 혁신에도 나설 방침이다.

농진청은 내부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조직역량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개방형 민관 협업 생태계 조성, 조직·기능 혁신 및 국민 체감 성과 창출, 채용방식 혁신 및 전문인력 양성 등 융복합 협업 대표 프로젝트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조직을 혁신한다는 취지에서다.

권 청장은 “이번 혁신방안을 통해 세계 최고의 농업과학기술연구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혁신도전형 R&D를 강화하고, 민간의 선도기술을 적극 도입해 그동안 한계에 부딪혔던 문제를 민관이 함께 해결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이번 방안이 우리 농업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