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부자들/ 조선을 움직인 또 하나의 원천, 부! - 김준태/ 눌민/ 1만3000원
400년 동안 10대에 걸쳐 농업으로 쌓아 올린 부를 “재물은 쌓아두면 악취가 난다”며 가난 구제에 사용한 경주 최부잣집, 수년간의 지출에도 정교한 기술과 집약적 노동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면서 대규모 간척 사업을 벌여 존재하지 않았던 땅을 만든 윤선도, 형제간의 우애와 신뢰로 번 돈을 독립운동에 헌납한 장석보 가문, 빼앗기기 전에 먼저 국가에 기부함으로써 사업권을 지킨 목장 주인 김만일, 누가 뭐라건 눈앞의 이익에 집요함을 보인 황수신, 제주도 거상으로 성장하고 아낌없이 나눠준 김만덕, 탁월한 통역으로 중개무역에서 대성공을 이룬 역관 김근행, 양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해 신뢰를 굳힌 유기 장인 한순계, 담대한 승부와 아낌없는 기부로 거상이 된 임상옥, 근대화에 따른 시멘트 산업의 중요성을 간파해 거부가 된 뒤 교육에 남김없이 사용한 백선행, 조선 최초로 백화점(동아백화점)을 세우고 정찰제와 십전균일점(十錢均一店)을 실험한 최남 ….
조선 초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한세상을 풍미했던 부자 스물세 명을 조명한다.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움직였는지, 어떠한 원칙과 기준으로 부를 축적했는지, 부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다룬다. 선한 부자들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심지어 나라를 팔아먹으며 치부했던 이들도 소개한다.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책이 주목하는 것은, 부자들이 그들의 시대에서 배짱과 뚝심, 절박함과 집요함, 혁신과 도전, 신용과 도덕, 글로벌 역량과 마케팅 전략, 베풂과 나눔 등을 펼치며 쌓은 부의 정당성과 품격이다.
조선 부자들의 공통점은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 물자의 흐름을 통제하는 국제 무역, 토지에 대한 집착, 성실한 기부와 적선, 적을 만들지 않는 줄타기 등이다. 막대한 돈을 투기해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현 세태를 꼬집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