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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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안 지어도 ‘시골 별장’ 신축 가능… 농촌 활성화 기대

정부, 농지·산지 규제개선 확정
‘여의도 12배’ 산지 개발 제한 해제
골프장·관광시설 등 건설 가능

농지 내에 화장실·주차장 설치 허용 등
귀농·귀촌 정주여건 마련 걸림돌 없애
영농 환경 변화 고려해 이용 범위 확대
수직농장·노인복지시설 지을 수 있어

상수원보호구역 박물관 등 공공건물
요건 갖추면 음식점 용도변경 허용도

앞으로 농·어업 종사자 외 일반인도 농림지역에 1000㎡ 미만 단독주택을 지어도 된다. 이에 따라 전국 500㎢에 달하는 농림지역의 귀농·귀촌 정주 여건 마련에 제약이 풀릴 전망이다. 또 그동안 개발이 묶여 있던 산지 3500여㏊에 대한 규제도 해제된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넘는 규모로, 골프장·관광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농지에 필수 편의시설인 화장실·주차장은 물론이고 농업 관련 전·후방산업 시설의 설치도 허용된다.

 

정부는 28일 국무총리 주재로 ‘7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규제개선 과제를 확정·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선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3차 민생토론회 후속조치로 추진한 ‘토지 이용 규제 전면 재검토’ 결과를 공유하고, 그 일환으로 농지·산지 규제개선 과제를 추가했다.

단양군 농촌 쉼터.

◆농림지역에 일반인 단독주택 허용

 

정부는 보전산지와 농업진흥구역을 뺀 농림지역에서 일반인의 단독주택 건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간 농·어업 종사자의 단독주택 건축은 허용됐으나 비종사자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건축이 금지돼왔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상반기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해 농림지역에서 농·어가주택 외 단독주택 입지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계획법상 농림지역 중 농지법에 따른 농업진흥구역과 산지관리법에 따른 보전산지를 빼면 일반인의 단독주택도 허용된다. 현재는 농림지역 가운데 일부(농업보호구역)에서만 일반인이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어 귀농·귀촌인이 정주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농림지역 내 농업보호구역에서 단독주택을 지어 살던 지역 주민이 농업보호구역 해제 시 이 주택을 건축·정비할 수 없는 역진적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수혜를 입는 면적은 약 500㎢(여의도 172배)에 달할 것이라고 국토부는 예측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로 주말·여가 수요를 충족하고 농촌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아울러 상수원보호구역의 공공 건축물은 오수 처리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음식점으로 용도 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267개 상수원보호구역(1120㎢) 내 위치한 공공 미술관·박물관 내 음식점이 허용된다. 수변구역 지정 이전에 들어섰다 폐업한 음식점·숙박시설 등은 폐업 전과 동일한 업종에 기존 건축물 면적 이내면 영업 재개를 허용하기로 했다.

 

농업진흥지역과 자연취락지구가 중복 지정되면 농업진흥지역 지정이 해제된다.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되지 않아 지역 주민을 위한 주택 정비와 복지·생산 시설 설치에 애로가 큰 탓이다.

국토부는 지역경제 및 첨단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선 과제도 내놓았다.

 

먼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설치할 때 부과되는 보전 부담금을 면제해 주민의 편의성을 높이고, 친환경 교통 인프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주유소나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와 달리 전기차 충전소에 대해선 그린벨트 보전 부담금을 부과했는데, 이제는 지방자치단체나 그린벨트 장기 거주자가 충전소 설치 시 부담금을 면제받게 된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개발제한구역법 시행령이 개정될 예정이다.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의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용적률 혜택도 강화한다.

 

국토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특화단지에 위치한 산업단지의 용적률 혜택을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수준인 법적 상한의 1.5배로 상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정부는 내년 법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에서 열린 제7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산지 규제 풀어 개발 허용

 

농림축산식품부와 산림청은 그간 농지·산지 분야 토지 규제 전수를 검토해 총 45건(농지 26건·산지 19건)의 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먼저 산림청은 1989년 최초 도입된 ‘산지전용·일시사용 제한지역’ 중 도로·토지 개발 등 여건 변화로 당초 지정 목적을 상실한 3580㏊(35.8㎢)를 해제하기로 했다.

 

산지전용·일시사용 제한지역은 국방·군사시설이나 국토보전시설 등의 설치 외에는 개발할 수 없다. 이번 규제개선으로 여의도 면적의 12.3배에 달하는 산지 개발이 풀린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지 규제를 풀어 산촌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며 “관광시설이나 골프장 등을 건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안양시 한 아파트 단지 지상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농지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이용 범위가 농사에서 신기술·전후방 산업까지 확대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농업 여건 변화를 고려해 △농업진흥지역 내 농업 투입재·서비스 등 전후방산업 설치 허용 △스마트 농업 육성지구에 농지 전용 없이 모든 형태의 수직농장 설치 허용 △농촌공간계획상 특화지구 내 농지·산지 규제 완화 등이 추진된다. 예를 들어 농약·비료 등 제조시설과 축산식품 제조업, 노인복지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또 관광단지와 달리 100㏊로 규모가 제한된 농·어촌 관광휴양단지의 면적 상한을 폐지해 관광거점을 구축할 수 있게 하고, 주말농장용 소규모 농지 취득을 위해 작성해야 하는 주말체험 영농계획서 항목도 간소화된다.

 

농업인과 농촌 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규제 완화도 추진된다. 농작업 활동 중 필수 편의시설인 화장실·주차장 설치를 허용하고, 고령 농업인 등이 농약·비료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농업진흥구역 농지에 농기자재 판매시설도 들어설 수 있게 됐다. 또한 임업경영 편의성 제고를 위해 울타리, 관정과 같은 소규모 시설 설치 시 허가·신고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김정주 농식품부 정책기획관은 “주요 과제 개선 시 민간투자 확대·부담 경감 등으로 향후 10년간 2조5000억원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이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