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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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이상 일본 ‘노포정당’ 선거 고전 이유는

일본의 정치지형을 크게 바꾼 지난달 총선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결성된 지 50년 이상된 ‘노포정당’(老舗政黨)의 고전이었다. 각당 지지층의 고령화에 따라 민심을 움직이는 플랫폼으로 위상이 한층 높아진 SNS 환경에의 부적응, 일본인의 조직에 대한 귀속의식 약화 등이 퇴조의 빌미가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9일 분석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1960년 창당한 연립여당 공명당은 이번 총선에서 기존보다 8석이 줄어 24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정당의 기초체력’으로 불리는 비례대표 득표수는 589만 표로 현행 선거제도가 마련된 1996년 이후 가장 적었다. 

 

모체인 창가학회의 조직력에 기초해 선거전을 치러온 공명당은 젊은층에서도 일정한 지지가 있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창가학회 회원의 자녀들이 회원이 되어 공명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명당 내부에서는 “이전처럼 투표를 해 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도통신 출구조사의 변화를 보면 2014년에는 20대가 6%, 30대가 5%, 고령층이 5∼6%로 연령별 차이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20∼30대 지지는 3%, 고령층 지지는 5%로 나이가 많을수록 지지세가 강했다. 닛케이는 “지지층이 고령자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월 열린 일본 총선의 선거유세. 

102년의 역사를 가진 공산당도 비슷한 처지다. 이번 선거에서 공산당이 얻은 비례대표 득표수는 336만 표로 2014년 총선 때와 비교헤 절반 가까이 줄었다. 공산당 역시 지지층 고령화를 고민 중이다. 지난 1월 채택한 당대회 결의에서 “50대 이하 세대 당원이 크게 줄었다”고 명시했다.   

 

창당 70년을 맞은 자민당은 비례대표 의원을 제일 많이 배출하기는 했으나 소수여당으로 내려 앉아 원활한 정권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례득표수는 1458만표로 1996년 이후 가장 적었다. 

 

닛케이는 “(이번 총선에서는) 동영상을 활용하는 SNS를 통해 정책을 확산시켜 젊은층 지지를 확보한 국민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며 “노포정당은 SNS 대책, 젊은층을 겨냥한 정책 제시가 후순위로 밀렸다”고 지적했다. 전화를 돌려 지지를 호소하는 기존 방식은 대화형 애플리케이션 보급 확대로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기도 하다. 

 

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 특정 조직에 대한 일본인들의 귀속의식이 약해진 것도 노포정당 고전의 한 원인이다. 한 선거전문가는 닛케이에 “지역의 작은 단체들에 얽매는 경향이 덜해졌다”며 “주민들이 마을 공동체의 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등 지역민간 연결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