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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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법 연계”까지 거론한 與 당원 게시판 내홍, 자멸 원하나 [논설실의 관점]

친한계 특검법 찬성 가능성 시사
친윤계는 “정권 붕괴” 강력 반발
비방전에 친·인척까지 끌어들여
서둘러 진화 안 하면 尹정권 공멸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이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확산하는 양상이다.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계의 노골적인 비방전은 이젠 막장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각별히 주목되는 대목은 친한계 내부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을 ‘김건희 특검법’과 연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이다. 한 대표는 그제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를 고려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제가 한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아니지만 친한계 일부에서 그런 의견을 내놨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 대표는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20여명에 달하는 친한계의 선택에 따라 김 여사 특검법의 향배가 좌우된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8명이 이탈하면 특검법이 재표결을 통과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무력화되는 것이다. 만약 실제로 친한계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져 특검법이 재표결을 통과한다면 윤 정부는 회복불능의 치명상을 입게 된다. 어제도 친윤계는 친한계의 이탈표 가능성에 경고성 메시지를 잇달아 내놨다. 조정훈 의원은 “아무리 당에서 내분이 있더라도 정권붕괴법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특검 통과는 정권을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갖다 바치는 일”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친윤·친한계 인사들이 벌이는 비방전은 말 그대로 목불인견 수준이다. 한 대표 측근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김 여사 고모가 한 대표 가족의 게시판 글 작성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고 “벼락 맞아 뒈질 집안”이라고 저주했다고 했다. 반면에 장 전 최고위원은 “2017년 비공개 맘 카페에서 (국정농단) 특검팀 꽃바구니 보내기 운동을 주도했는데 알고 보니 한동훈 검사의 배우자가 여론을 만들었다”며 ‘여론조작’을 거론했다. 정치인들 권력 다툼에 가족· 친인척까지 끌어들이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 정도면 집권당의 주요 인사들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9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또다시 10%대(19%)로 미끄러졌다. 10월 산업생산과 소비·투자 지표가 5개월 만에 동반 감소하는 등 민생에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그런데도 집권당은 당권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혀를 찰 일이다. 이번 사태의 해결에 한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이번 논란은 한 대표가 가족들을 통해 진위를 확인하고 진실을 밝히면 간단히 해결되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온라인 게시판의 익명성을 무시한 채 한 대표 흔들기에 골몰하는 친윤계 처사는 지나치다. 게시판 논란을 명분 삼아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한 대표를 몰아내고 ‘포스트 한동훈’으로 맹종할 사람을 찾고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친윤계는 한 대표를 공격해 계파 갈등이 심화할수록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점을 직시하고 자제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하루빨리 매듭짓지 못하면 여권 전체가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이제는 친윤·친한계 모두 여권 쇄신과 민생 회복에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