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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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질서 위해’ 난민 인정 제한해야 할까… 찬반 팽팽 [박진영의 뉴스 속 뉴스]

법무부 ‘난민법 개정안 입법 공청회’
난민 관련 전문가들 열띤 토론 벌여
“난민협약 범위 개정” vs “범위 넘어서”
“제한 사유 자의적 확대” vs “구제 가능”

정부가 국가 안보나 공공질서를 해칠 위험이 있는 경우 난민 인정을 제한하는 난민법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난민 지원 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국제법에 반하는 법안이란 비판과 함께, 국가 안보·질서에 대한 위험을 강제송환 예외 사유로 못 박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지난 19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함께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난민법 개정안 입법 공청회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의 난민 캠프에서 아이들이 한 접시에 담긴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부레이=AFP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9월 국회에 난민법 일부 개정안을 제출했다. 제19조 난민 인정 제한 사유에 ‘국가 안보나 공공질서를 해쳤거나 해칠 위험이 있는 경우’를 신설하는 게 골자다. 난민 인정 결정 취소·철회에 대한 제22조엔 ‘제19조에 따른 난민 불인정 결정 대상이었음이 밝혀진 경우’를 추가하는 내용도 담겼다.

 

김태형 법무부 난민정책과장은 주제 발표에서 난민법 개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밝혔다.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 협약)’과 달리, 우리 난민법엔 난민이 국가 안보·질서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 보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유럽연합(EU),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난민 협약의 해당 규정인 제32조(추방)와 제33조(추방·송환 금지)를 난민 불인정, 난민 인정 취소 등의 사유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난민 지원 단체인 사단법인 피난처 이호택 대표는 가장 적극적인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이 대표는 “난민법은 난민 협약의 국내 이행을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라며 “난민 협약 정신에 반하지 않는 범위의 개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이 대표는 또 “국가 안보·질서에 대한 위험을 난민법 제3조 강제송환 금지의 예외 사유로 삼아 적극적으로 강제송환 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난민법 제3조엔 ‘난민 인정자와 신청자,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 협약 33조,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하거나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고문 방지 협약) 3조에 따라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송환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 대표는 난민 제도를 ‘남용’하는 신청자가 적지 않은 현실을 그 이유로 들었다.

 

“사실 현행 난민법과 사법 시스템엔 난민 신청의 남용에 대한 통제장치가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 공무원이 난민 신청 접수를 거부할 수 없어, 체류 연장이 필요한 모든 외국인이 신청을 계속하기만 하면 거의 무제한 체류 연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난민 보호의 명분이 아무리 크더라도, 보호할 필요가 없는 남용자를 제대로 걸러 내지 못한다면 난민 제도 자체의 존속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세련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난민 협약은 난민 지위를 결정하는 절차를 각 체약국의 국내법 재량에 맡기고 있다”며 법 개정에 찬성했다. 이 교수는 “난민법 제19조는 난민 협약 제1조 D·F항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데, ‘유엔의 목적과 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행한 자’에겐 협약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F항 c호에 대한 모호한 해석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국가 안보나 공공질서를 해쳤거나 해칠 위험이 있는 경우’를 난민 인정 제한 사유로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교수는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나 그 가능성으로 인해 난민 인정을 제한하는 것과 난민에서 배제된 신청인에게 발생하는 결과를 균형적으로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현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테러범을 난민에서 배제하는 건 당연해 별도로 명시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국가 안보·질서를 해칠 위험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에 의한 난민 불인정 등의 경우엔 최소한 객관적 사실관계를 근거로 그런 위험이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과천의 법무부 청사 전경. 법무부 제공

반면 김진 사단법인 두루 외국변호사는 “출입국 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난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으로, 배제 조항(난민법 제19조)을 확대하고자 하는 안”이라면서 “국제법에 반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배제 조항은 그 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할 수 없다”면서 “난민 협약상 난민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난민 협약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번 개정안은 모호한 문언으로 인해 대중에게 난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달해 현행 난민법과 난민 인정 절차에 대한 신뢰를 저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현욱 선임연구위원은 “난민 인정 심사 절차는 난민법 등의 규정에 따라 절차적 권리가 보장될 뿐 아니라, 만약 자의적 해석으로 불이익을 받은 경우라면 이의신청 절차와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송영훈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난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과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것은 때로는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고 직접적으로 이해 충돌이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는데, 지나치게 일반화해 혼란이 발생한다”며 “난민법 개정 취지를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하는 것이 자칫 난민 신청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부정적 효과가 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송 교수는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된다는 판단의 근거는 그에 해당하는 난민 신청자의 행동이어야 할 것”이라면서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집행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여러 의혹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