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개월 연속 ‘깜짝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추가 인하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금리 인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당선 이후 높아진 환율 변동성에도 수출과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격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는 내년 1분기에도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지난 28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연 3.25%인 기준금리를 3.0%로 0.25%포인트 낮췄다. 앞서 지난달 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3년2개월 만에 통화정책전환(피벗)에 나선 후 2개월 연속 인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번 연속 조정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 이후 15년여 만이다.
금통위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었지만, 물가상승률의 안정세와 가계부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됐다”라며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의 하방 위험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리 인하는 시장의 예상을 빗나가는 ‘깜짝 인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에 1400원을 넘어서는 등 높은 환율 변동성이 새로운 위험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둔화 흐름을 보이기는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와 부동산 시장 자극 가능성 등 금리 인하에 따른 불안 요소도 여전하다. 앞서 10월 금통위에서는 6명의 위원 중 5명이 내년 1월 금통위까지 금리 동결이 적절하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 금통위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는 6명 중 3명이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봤다. 3명은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지호 BNP파리바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한국은행이 2025년 2월과 5월에 금리를 인하하여 2025년 2분기까지 정책금리를 2.50%로 내린 후 그 이후에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다만, 만약 국내 성장이 현재 예상보다 약할 경우,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주기를 연장하여 2025년 2월, 5월, 심지어 8월에도 금리를 인하하여 2025년 3분기까지 정책금리를 2.25%로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 변동으로 인한 시장 충격에 대비 하기 위해 도입된 포워드 가이던스를 재검토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운용 방식을 보면, 갑자기 금리 인하를 하게 되면 시장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인하하게 돼도 이번에는 동결을 하고 기자회견을 통해서 다음번에 인하할 것이라는 강한 시그널을 주는 방식으로 시장과 소통을 한 다음에 인하를 하는 게 정상적인 통화정책 운영 방식”이라며 “이번 한은의 깜짝 금리 인하가 포워드 가이던스의 유효성을 재검토할 계기가 됐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