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혼 2년 차인 김모(32) 씨와 배우자 박모(30) 씨는 최근 기준금리 인하 소식을 듣고 희망을 품었다. 두 사람은 그간 전세를 살며 경기도에 중소형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준비해 왔다. 금리 인하로 대출 이자가 줄어들 가능성을 기대하며 아파트 매입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김 씨 부부는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에 대출 상담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정부의 대출 총량 규제 강화로 인해 원하는 대출 한도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 김 씨는 "기준금리가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이자 부담이 줄어들까 기대했지만, 막상 은행에서는 대출이 어려워 실질적인 혜택을 느낄 수 없었다"고 전했다.
#2.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최모(45) 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기존 주택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으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최 씨는 "기준금리가 내려갔다고 해도 대출 규제가 워낙 강해 기존 대출을 갚기 전에는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며 "결국 계획했던 이사는 포기하고 기존 집에서 그냥 살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로 전격 인하하면서, 이에 따른 은행권 대출 금리 변화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시장 예상을 뒤엎은 깜짝 조치로, 대출 금리 하락 효과에 대한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가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28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췄다. 이는 지난달 금리 인하에 이은 연속 인하로, 15년 만에 처음 있는 사례다.
연속 금리 인하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빗나갔다. 당초 가계부채 급증과 금융시장 불안을 이유로 추가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단에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출 증가율 둔화와 내수 부진 심화가 이어지자, 시중 유동성을 확대해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이미 시장금리에 선반영되며 은행채 금리가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형 금리 산정 기준인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은 27일 3.092%로 연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이달 초 3.3%대에서 빠르게 하락한 수치로, 은행권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 하단도 3.5%대로 낮아졌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3.57~5.59%로, 한 달 전 하단이 4%를 웃돌던 상황과 비교해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대출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정부의 대출 총량 규제 강화로 인한 ‘대출 절벽’ 현상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 은행이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라, 금리 인하 효과가 대출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기 힘든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금리 하단이 3.5%대까지 내려갔지만, 실제로 이런 금리로 대출을 받는 소비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부동산 수요를 자극할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에는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그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강화된 대출 규제와 연말 관망세가 맞물려, 단기적으로는 시장 반응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신혼부부와 같은 주택 실수요자의 경우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일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정부는 실수요자 정책대출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취임 이후 관세 강화와 물가 상승 등으로 해외 경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소비 진작과 기업 대출 금리 하락에 일부 기여할 수 있으나, 정부 정책과 금융시장 안정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