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9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 기후변화 등 국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며 “밖을 보지 못하고 안에서 정쟁으로 시간 보낼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열린 제1회 미원평화상 시상식에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와 당의 이해라는 좁은 시각에서 정치하니까 분쟁이 생긴다”며 “여야 할 것 없이 미래지향적 눈을 가지고 대화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희대는 이날 제1회 미원평화상 수상자로 ‘디엘더스(The Elders)’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미원평화상은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 조영식 박사 공적을 기려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올해 제정됐다.
디엘더스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설립해 현재 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대표 수상자로 참석한 반 전 총장은 부의장을 맡고 있고,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 그라사 마셸 모잠비크 초대 교육부 장관,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등이 속해 있다.
반 전 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노력했음에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북한이 군인들을 파견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핵을 사용할 수 있다며 협박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른 시일 내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평화를 위해 ‘공감’하는 세계 시민 의식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글로벌 리더십, 평화를 위해선 공감하고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게 필요하다”며 “현직 정치 지도자들이 좁은 시각에서 정치하니까 분쟁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청년들에게 “한국이란 (경계를) 벗어나 남의 문제에 공감하는 세계 시민 의식을 길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2017년 유력 대선 후보로 꼽혔던 반 전 총장은 “한국 정치엔 전혀 관심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 전 총장은 당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중도에 포기한 뒤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재단을 세우고 여러 국제적 직책을 맡고 있다”며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고 미미하지만 국제사회 발전을 위해 기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디엘더스의 수상 이유로 “40여명의 후보자·단체가 추천돼 선정 과정에서 평화와 비전, 성과 등을 논의했다”며 “평화·지속가능성·공정성·투명성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