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모(55)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나이에 비해 얼굴이 많이 늙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김 씨는 늘 피곤해 보이는 얼굴과 깊은 주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왔지만, 이를 단순히 유전적 특징이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최근 들어 기억력이 눈에 띄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한번 본 이름이나 장소를 쉽게 기억했지만, 이제는 자주 가던 길을 헷갈리거나 일상적인 약속을 잊는 일이 잦아졌다. 가족들은 이를 단순한 건망증으로 넘기려 했지만 그의 증상은 점점 심각해졌다.
걱정이 된 아내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김 씨는 뇌 영상 검사와 인지기능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그는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그의 외모가 실제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현상이 단순히 겉모습의 문제가 아니라 체내 노화 과정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염증, 혈관 건강, 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겉모습은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몸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라는 걸 알게 되었다”며 “자신이 느꼈던 외모 변화에 대해 더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눈가 주름이 많거나 자신이 실제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얼굴 노화가 치매와 인지 기능 저하의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과 학술지 알츠하이머 연구와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는 얼굴 노화와 치매 위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다룬 논문을 전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얼굴의 노화 정도는 주관적 판단뿐만 아니라 객관적 지표로도 치매와 인지 저하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중국 푸단대 연구팀은 2가지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했다.
우선 영국 바이오뱅크 연구는 60세 이상 19만 5329명을 대상으로 했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얼굴 나이를 평가했다.
그 결과 실제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고 느끼는 사람은 치매 발생 위험이 61% 더 높았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23% 증가, 불특정 치매 위험은 7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2.3년 동안 5659건의 치매 사례 기록한 것이었다.
중국 고령 인구 연구는 평균 나이 63세 612명을 대상으로 했다. 얼굴 사진을 촬영해 컴퓨터로 나이와 관련된 지표 분석했는데, 눈가 주름이 많은 사람은 인지 장애 발생 위험이 2.5배 더 높았다.
연구진은 얼굴 노화, 특히 눈가 주름과 인지 장애의 상관관계를 자외선의 영향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과도한 햇빛 노출은 피부 노화뿐 아니라 뇌 기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동물 연구에서도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노화가 뇌세포를 보호하는 신경 면역 체계를 약화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자외선 차단제 사용 등 피부 보호와 관련한 생활습관 개선이 인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의 주요 초점 중 하나는 자외선 노출과 신경 퇴행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다. 자외선은 피부 노화를 가속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는 자외선이 피부를 넘어 신경계 퇴행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를 통해 피부와 신경계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예방 및 관리 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얼굴 노화는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건강 지표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내부 장기와 신경계 상태를 반영할 수 있다”며 “자외선 노출의 영향을 포함한 노화 메커니즘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치매 조기 진단 기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함과 동시에, 노화 관리와 예방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며 다양한 학문적·실용적 응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실제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것은 단순히 외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건강 상태와 관련된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며 “이는 치매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이나 기타 만성 질환과의 연관성을 시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이런 변화가 관찰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