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9일 도의회에 출석해 “내년 본예산은 기회·책임·통합에 집중한 확장재정”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 38조원대 예산을 편성하며 ‘휴머노믹스’를 강조한 김 지사는 최근 윤석열 정부의 예산 편성을 두고 “레임덕 예산”이라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
그는 “민간 소비와 투자는 갈수록 줄고, 가계부채는 역대 최대 1900조원을 돌파했다”며 “미국 트럼프 정부가 공약대로 관세를 대폭 올리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더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확장재정,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도약 발판”
김 지사는 이날 도의회 정례회 시정연설에서 “(경기도의) 확장재정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 경제는 총체적 위기에 놓여있고 이에 대한 해법은 확장재정”이라며 “내년에도 사람 중심의 경기도를 위해 과감한 확장재정을 이어가겠다. 지금이 ‘골든타임’으로 사람 중심 성장, 지속 가능한 성장에 꾸준히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도가 편성한 내년 본예산은 이를 반영했다고 했다. 올해 본예산 36조1000억여원보다 2조5000억여원(7.2%) 늘어난 38조7000억여원 규모의 내년 본예산안은 도의회에서 심의를 받고 있다.
‘기회 예산’에는 도로, 하천,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청년 기회 정책, 기후위성과 기후펀드 등 기후예산 사업 등이 담겼다. 대표 정책인 기회소득 관련 예산이 2배 이상 늘어났고, 인공지능(AI)과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투자도 증가했다.
‘책임 예산’에는 내년 지역화폐 발행, 소상공인 운영비 지원카드, 농수산물 할인쿠폰 지원, 경기 살리기 통큰세일, 더(The) 경기패스 등이 포함됐다. 지역화폐 발행에는 1043억원, 전국 첫 소상공인 운영비 지원카드 지원에는 100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교통 격차 해소를 위한 경기패스와 버스 공공관리제, 어린이·청소년 교통비 지원 등에도 7000억원이 배정됐다.
‘통합 예산’에는 광복 80주년 기념 문화사업, 참전 명예수당 증액, 이주노동자·다문화가족 사회통합 예산,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 사업,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 등이 반영됐다.
김 지사는 “사람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격차를 해소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최고의 투자는 바로 ‘사람 투자’”라고 말했다.
◆ “신천지 대관 취소, 종교 탄압과 관련 없어”
이어진 도정 질의에선 용인·성남시 등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경기남부광역철도 건설 사업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우선 사업 건의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 “신규 사업 40건에 대해 모두 다 건의한 것이 팩트”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국토교통부가 예전과 달리 건의 사업 중 3건을 추려달라고 요청해 3건을 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40건 중 경기남부광역철도의 경우 사업성이 높은 데다 민간 사업자가 직접 제안한 사안이라 5차 계획에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소모적 논쟁보다 도와 도의회, 시·군이 힘을 합쳐 5차 계획에 반영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지사의 이런 발언은 지난 27일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해명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 이상일 용인시장은 김 지사에게 일대일 토론을 제안한 상태다.
김 지사는 최근 도청 앞 시위에 나선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한 급작스러운 대관 취소를 놓고는 “신천지가 (예정된 장소에서) 행사를 못 한 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조치는 도민 안전과 생명을 위한 것이지, 종교 탄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신천지가 아닌 다른 어떤 기관에서 대관을 신청했더라도 똑같이 조처했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