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21세기 들어 가장 복잡하게 전개되는 내전으로 꼽힌다.
시리아 정부와 반군 세력의 대결이라는 큰 틀 속에서도 종교와 민족에 기반한 내부 갈등과 외부 세력의 개입이라는 변수가 전쟁의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최근 4년간 러시아와 이란의 도움으로 반군의 공세를 막고, 시리아 주요 도시를 통제할 수 있었다.
다만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동북부 지역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이다.
이와 함께 서북부에는 이번에 알레포를 장악하는 데 성공한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등 반군 단체들이 근거지를 두고 있다.
이 지역의 반군 단체 중에는 2014년에 인근 락까를 수도로 삼고 칼리프 국가(이슬람 초기 신정일치국) 건국을 선언한 국제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잔당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시리아 반군 중에서 가장 세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 HTS의 전신은 이슬람 테러 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누스라 전선(자바트 알누스라)이다.
HTS는 민주화가 아닌 근본주의적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 때문에 미국 국무부는 HTS를 테러 조직 명단에 올린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터키)는 서북부 지역의 반군 단체 일부를 지원해왔다.
튀르키예는 자국 내 쿠르드족 정파를 분리주의 테러 집단으로 몰고 있으며 이들과 연계된 시리아 내에서 일부 자치권을 지닌 쿠르드족을 이들의 지원 세력으로 경계한다.
시리아의 반군을 이용해 쿠르드족 민병대 세력을 제어하겠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다.
쿠르드족 민병대 SDF를 견제하면서 서북부를 통제했던 HTS가 갑작스럽게 알레포 진격을 결정한 배경과 향후 계획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안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 및 그 대리세력이 벌인 중동 내 전쟁이 HTS의 결단을 부추긴 게 아니냐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최근 이스라엘이 이란과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공격한 것이 시리아 정부군을 향한 HTS의 대공세를 부채질한 '나비효과'가 아니냐는 얘기다.
이란과 헤즈볼라는 시아파인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격 때문에 이란과 헤즈볼라의 시리아 정부군 지원에 허점이 발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에서 가장 강력한 대리세력이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지휘부 몰살과 군사자산 초토화 때문에 몰라볼 정도로 약화했다.
헤즈볼라는 현재 시리아 지원은커녕 자체 생존을 우려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아파 맹주 이란 또한 이스라엘과 직접 공습을 치고받는 대결에서 군사자산이 대거 파괴되고 해외 공작에 나선 숙련된 지휘관들을 다수 암살로 잃어버렸다.
결국 HTS가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이란과 대리세력의 비호가 약화한 틈을 노려 공세에 나섰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HTS의 결단 시점은 이란과 함께 아사드 정권을 군사적, 정치적으로 지원해온 러시아도 3년을 향해가는 우크라이나전에 발목이 잡힌 때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소모전에 무기가 부족해지자 이란에 이어 북한에까지 미사일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처지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아사드 정권에 깊은 적대감을 지니고 군사시설 폭격도 직접 명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을 앞둔 시점이라는 사실도 함께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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