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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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소기업에 함께 신기술 개발 하자더니… 부산항만公, 성공 뒤 태도 돌변 논란

크레인 하부 등에 쓰는 고정 장치
그동안 수입 의존… 유지·보수 애로

공사측, 2020년 지역업체에 제안
2년 만에 국산화 성공 뒤 입장 바꿔

업체측 “공사, 독자개발처럼 홍보
신기술 현장 적용 호소도 묵살” 주장
BPA “판로 개척 위해 노력” 해명

“여태 해외 수입에만 의존하던 장치의 신기술을 공동개발하자고 해서 돈과 시간을 들여 개발에 성공했는데 이제 와서 ‘나 몰라라’ 식으로 나오면 저희 같은 중소기업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부산의 한 중소 종합건설사에 근무하는 이사 A씨의 원망 섞인 하소연이다. 부산항만공사(BPA) 항만시설부의 B차장은 2020년 A씨에게 “신기술을 같이 개발해보자”고 권유했다. 공사가 함께 개발하자고 제안한 신기술은 부산항 신항에 있는 부두 컨테이너 이동용 크레인 하부 레일에 들어가는 고정 장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부산항 신항에 있는 부두 컨테이너 이동용 크레인 하부 레일에 들어가는 고정 장치(빨간 원). 부산의 한 중소 종합건설사가 부산항만공사의 제안으로 독자기술로 이 장치를 대체할 신제품을 만들었다. A씨 제공

크레인 하부와 클립에 들어가는 충격 완화용 고무는 시간이 흐르면서 마모돼 유격이 발생하는데, 제때 손을 보지 않으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공사는 이 고정 장치를 20년 동안 벨기에의 한 회사로부터 수입해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치의 유지·보수비용 등이 만만치 않아 공사가 지역 중소기업에 신기술 공동개발을 제안한 것이다.

A씨는 2년여 시행착오 끝에 2022년 이 장치를 대체할 국산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이 신기술은 기존 공법과 비교해 시공성 및 유지관리 측면에서 탁월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2022년 12월 해양수산부로부터 ‘우수 물류 신기술’로 지정되기도 했다. A씨 회사는 공사와 △50대 50으로 특허 개발에 관한 공동 권리 △공사 발주 사업에 특허공법 우선 적용 등을 골자로 하는 ‘신기술(특허) 협약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공사 입장이 돌변했다. A씨는 “신기술 개발에 따른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공사 측 입장 돌변으로 완전 수포로 돌아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 예로 공사가 마치 독자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한 것처럼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사는 2022년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신기술을 개발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BPA가 개발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뿐이 아니다. 공사는 A씨가 신기술 현장 적용을 호소할 때마다 매번 묵살했다고 전해졌다. 급기야 A씨가 공사에 신기술 도입에 따른 전문가들 의견·평가를 받기 위한 공정 절차인 ‘공법 심의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하자 공사는 이마저도 수차례 거부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공사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도 했지만, ‘영업상 비밀침해에 해당된다’는 비공개 결정을 통보받았다. A씨는 “신기술 지정 후 여러 건의 BPA 발주 공사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신기술 장치가 채택되지 않았다”면서 “현장에서 쓰지도 않을 거면서 왜 신기술을 개발하자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부산항만공사는 “레일보수를 위한 제품을 2020년도부터 공동기술개발을 시작해 2021년도 기술개발 특허 등록, 2022년 SOC기술등록, 2022년 해양수산부 물류신기술 등록 등을 통해 우리 공사는 제품판매 판로 개척을 위해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2022년과 2023년 공동기술개발 제품을 레일유지보수공사에 적용해 시행했으며, 신항 운영사 요청 및 설계용역 결과에 따라 2024년 ‘레일클립 및 솔플레이트’(신기술 개발 장치)는 일반제품(일반공법)으로 적용했으며, 일반경쟁으로 발주해 업체를 선정했다”며 “올해 레일클립 및 솔플레이트는 다양한 항만에 적용된 사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강승우 기자 ksw@segye.com